'자원 안보' 지키려면 쓰레기라도 뒤져라[우보세]

최경민 기자
2026.05.12 05:50
독일 풀하임의 선별(sorting) 기업 슈타이네르트에서 플라스틱 등이 선별되고 있다 /사진=김지현

최근 몇 년간 자원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키워드는 '탈중국'이었다. 미국의 관세 견제에 중국이 자원의 무기화로 맞서온 영향이다. 희토류와 같은 주요 희소광물의 중국 의존도가 90%를 넘는 상황 속에서 미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핵심광물 무역 블록 구축에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선 '탈중동' 키워드가 더해졌다. 중동 분쟁이 발발한 이후 원유·나프타의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통제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종전에 기약이 없는 상황이지만, 전쟁이 끝난다 해도 이전처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항행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중동의 석유제품 인프라와 공급망 복구에 수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탈중국과 탈중동으로 바뀐 게임의 룰은 자원이 가진 '안보 수단'이란 특징을 더욱 강화시킨다. 자원빈국 대한민국 입장에선 결코 반길 상황이 아니다. 중동의 원유·나프타, 중국의 광물을 자유롭게 들여와 가공한 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파는 기존 산업 구조 자체가 흔들릴 경우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안보도 휘청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이 희토류 등에 대한 수출 통제를, 미국이 중국산 광물을 쓴 제품에 관세 부과를 거론할 때마다 국내 산업계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미국와 이란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나프타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우리 사회에선 쓰레기 봉투 대란이란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자원이 곧 안보인 시대에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일단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 광물 대부분을 중국에서, 원유의 70% 가량을 중동에서 조달해온 구조를 확실하게 변화를 줘야 한다. 남미·북미·아세안·아프리카·오세아니아 등이 대체 수급처로 주로 거론된다.

리사이클링도 중요한 선택지다. 버려진 자동차와 가전, 플라스틱, 배터리 등에서 석유제품과 광물을 추출해내 다시 산업 과정에 투입하는 생태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자원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면서, 동시에 폐기물까지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컨대 배터리만 봐도 니켈·코발트 90% 이상, 리튬 80% 수준의 자원 회수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올해 '리본(Re-born) 프로젝트'를 앞세워 폐플라스틱과 폐자동차, 폐전기전자제품 등에서 고품질 원료를 생산해내는 기술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건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리사이클링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세제혜택 등 보다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글로벌 자원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교두보를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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