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의 사모펀드 투자가 깜깜이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해 홈플러스 사태 이후 국민연금의 사모펀드 투자손익을 검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지만, 국민연금은 투자금액·펀드명만 공개하고 핵심정보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1610조원의 국민 노후 재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시장안정과 전략적 모호성을 정보 비공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감시의 사각지대가 늘어나면 오히려 정치적 의도 등 불필요한 논란을 촉발할 수 있다.
미국 연금은 정보 공개에 철저하다. 미국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펀드에 투자해 작년 6월말 기준 내부수익률(IRR) –30%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 펀드에 투자해 미회수된 금액만 공시하고 출자 약정액, 평가액 등 핵심 정보는 공시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민연금은 국정감사장에 나와서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와 관련해 4884억원의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8월 공시한 사모투자 종목별 투자현황에서 공시대상 496개 중 129개를 비공개 처리했다. 특히 97개는 펀드명을 아예 '사모1' '사모4' 식으로 전혀 알아 볼 수 없게 바꿨다. 미국 최대 공적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캘퍼스),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등 미국 주요 연기금은 출자한 사모펀드에 대해 약정액·순자산가치(NAV)·내부수익률(IRR) 등 핵심 정보를 공개한다. 반면, 국민연금은 정보공개법상 예외조항·자체 운용지침 등을 근거로 펀드명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미국 사모대출 펀드에 대한 투자도 궤를 같이 한다. 국민연금은 약 10조원을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했다. 이들 자산은 비상장·비공개 구조로 투명성이 낮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투자 내역 공시마저 꺼리면서 제대로 된 감시가 불가능한 구조다.
당장 전면적인 공시가 어렵다면 점진적인 공시확대도 검토할 만하다. 펀드 청산 이후 공개, 일정기간 유예 공시를 통해 투자 전략 노출을 최소화하는 한편, 사후 공시 의무는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계 3위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투명성 제고는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국정 투명성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