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이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된 서울시교육청 관련 민원 건수는 2만524 건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아파트 가격 하락을 우려한 입주민들이 학교 배정을 문제 삼는 민원부터 학교 운동회 때 발생하는 소음을 이유로 든 생활불편 민원까지 다양하다. 민원이 제기되면 7일 이내에 답변해야 한다. 교육청과 학교는 사실 확인과 답변에 행정력을 투입해야 한다. 결국 학생 교육에 직접 써야 할 시간은 줄어든다.
일선 교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학부모들의 민원이다. 2024년 전북 미산초의 5학년 담임이 6차례 바뀌었다. 한 학부모가 교사를 아동학대로 지속적으로 신고한 탓이다. 학교가 소수 학부모의 악성민원 때문에 붕괴한다는 자조까지 나올 정도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학교에서는 운동회와 소풍이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사례가 는다. '아이가 꼴등을 해서 의기소침해졌다' '선크림을 발라줘야 한다' 등 쌓이는 민원 탓이다. 학생들로서는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현행 제도는 '민원 지옥'을 부추기는 방관자 역할을 하고 있다.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한 보호자 등에 대해 서면사과와 재발방지 서약, 특별교육, 심리치료 등을 받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어길 때 처벌은 최대 과태료 300만원에 불과하고 그나마 조건이 까다로워 선언적인 규정에 그친다. 반면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판단 기준이 모호해 교사들은 정상적인 생활지도조차 고소·고발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 은폐되는 아동학대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도입한 법이 '교사 잡는' 법이 돼 버린 것이다.
정부와 교육청도 이런 환경을 만든 데 책임이 있다. 내국세 총액의 20.79%에 달하는 막대한 교육교부금을 현금성 복지와 일회성 사업에 쏟아부으면서 정작 민원 대응 시스템과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투자는 인색했다. 예산은 넘치지만 학교는 교육에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공간이 돼 버렸다. 학부모 민원을 중재할 전문 인력(민원 전담관, 변호사 등)과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전담할 보조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기본이고, 교사의 민·형사적 대응을 지원하는 제도 보완에도 서둘러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