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성과급 '판도라 상자' 연 삼전 노조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6.05.27 06:00

[오동희의 思見(사견)]
파업은 피했지만 갈등의 씨앗은 여전
특정 집단 이익이 공동선 넘을 땐 위험
성과급 무한욕망 누를 사회적 합의 필요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 파업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2026.5.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어떤 토지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것은 내 것이다'라고 선언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주변 사람들이 인정하게 하는 것이 시민사회 비극의 시작이다."(일부 의역)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저서 '인간불평등 기원론' 2부 첫페이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자연상태의 인류에게 사유재산제가 도입되면서 모든 갈등이 시작됐다는 취지다.

삼성전자 초기업 노동조합이 기업의 영업이익 일부를 '내 것'이라고 울타리를 두르고 우리 사회가 그 몫을 인정해주는 순간 전세계 기업사의 비극은 시작됐다는 말이 후대에 기록될지도 모른다.

어떤 사회든 유지되려면 구성원 다수가 "규칙이 공정하다"고 느껴야 한다. 이번 삼성전자 DS 부문의 성과급 논쟁 역시 반도체 초호황의 과실을 얼마나 가져가는 것이 정당한지 또 불황의 위험과 책임 역시 함께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지의 질문이다.

성과급을 둘러싼 파업은 피했지만 노사 합의의 후폭풍은 루소의 예견처럼 수많은 갈등의 씨앗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과급의 상한선이 없다는 것은 욕망의 끝이 없다는 말이다. '비난은 잠시이고 성과급은 영원하다'는 집단이익의 욕망 앞에 공동체를 위한 염치나 도덕이 끼어들 자리가 사라지니 갈등은 필연적이다.

"SK하이닉스보다 더 받아야겠다"는 DS부문의 인정욕망(자존심)은 이제 해결됐지만 DX(디바이스익스피리언스)와 삼성 계열사·협력사·주주로까지 욕망의 전선이 넓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초호황의 이익을 초기업노조가 '사유화'한 순간 다른 주체들의 저항은 시작된다. 이미 DX 부문 노조의 가처분 소송이나 주주들의 분배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원청과의 협상력을 갖게 된 하청노조의 요구도 곧 봇물처럼 밀려들 것이다. 욕망의 고삐가 풀린 성과급 상한 폐지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탓이다. 해외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순이익의 12%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던 대만의 TSMC 직원들도 이번 삼성전자 사례를 모델로 삼아 노조를 설립하고 '주 52시간'만 일하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마당에 삼성전자의 해외 사업장이 반응들도 명약관화하다.

공동체보다 특정집단의 이익을 우위에 두는 사회는 위험하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동선(Common Good)을 추구하는 시민으로 행동하지 않고 자기집단의 대표로만 행동하기 때문에 공동체 유지 비용을 책임지려 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곧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루소의 비유를 들자면 원래는 토지를 단순 점유했던 것이 '권리'로 바뀌고 나중에는 '법'으로 굳어지면서 이를 '당연한 질서'로 여기게 된다. 삼성전자 DS 부문도 마찬가지다. 회사와의 계약 관계였던 것이 이제는 '회사 것이 내 것'이라는 권리로 바뀌고 법으로 굳어져 회사 시스템은 붕괴된다. 힘으로 이익을 차지한 사람이 스스로를 정의라 칭하는 '정당성의 조작'이 이뤄지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다.

"반도체로 돈 벌었으니 최대한 가져가겠다"는 반도체 부문의 집단 이익은 △회사 전체의 지속 가능성 △협력사 생태계의 지속성 △삼성전자 내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 △장기 경쟁력 △사회적 신뢰 등 공동체의 이익을 무너트리는 선을 넘어서는 안된다.

이 선(General Will: 일반의지)이 바로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적정한 선'으로 읽힌다. 공동선의 추구가 없다면 우리 사회는 이익집단의 복마전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익집단'의 끝없는 욕망을 공동체를 위해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것이 삼성전자 임금협상이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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