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경제를 위협하는 복병으로 떠올랐다. 고유가에 겹친 고환율은 물가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어 누구도 원하는 바가 아니다.
1560원대 환율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외에는 경험하지 못한 수준이다. 물론 달러화 공급이 경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와 차이가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경상수지 흑자가 올들어 지난 4월까지 1000억달러를 넘어섰고 한국은행 외환보유액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올해 4월까지 △해외 직접투자가 259억8000만달러에 달하고 △내국인 해외 주식투자는 334억3000만달러 △외국인 주식 순매도는 436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상당 부분 상쇄할 정도다. 최근에는 글로벌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가 더욱 심해졌다. 원화 자산 매도가 환율 상승을 부르고, 다시 국내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
정부가 원화 약세를 부추긴 측면도 있다. 정부는 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쳤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환율을 '성공의 비용'이자 '뉴노멀'로 사실상 규정했는데 시장에는 원화 약세를 방어할 의지가 크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반도체 업황을 볼 때 단기간에 달러 부족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반도체가 언제까지나 '달러 화수분'으로 남으리란 보장은 없다. 반도체산업 업황이 둔화하면 달러 수급 균형이 급격히 틀어질 수 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원화 추가 약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강력한 구두개입은 물론 실제로 외환시장에 달러화를 푸는 실력행사에 나서야 원화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환투기 세력을 억제할 수 있다. 재정정책도 '돈 풀기'를 자제하는 것이 원화 가치 수호에 일관성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아울러 외국 자본이 한국 시장에서 돈을 빼가는 것을 '차익실현'으로만 해석하는 게 자기합리화가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주식시장을 '단타' 놀이터로 인식하게 해서는 안된다. '장투'를 유도하려면 우리 기업의 성장잠재력에 믿음을 줘야 한다.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세금과 투자, 노동 등에 있어 예측가능한 기업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