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50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를 기록할 스페이스X의 상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도 올해 초대형 기업의 IPO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유니트리가 상장을 서두르고 있고 홍콩에 상장한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미니맥스, 즈푸AI도 본토 상장을 준비 중이다. 5개 기업 모두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이 목표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시로 2019년 7월 상하이거래소에 개설된 기술·벤처기업 전용 증시다.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는 2020년 7월 커촹반 상장을 통해 조달한 12조원으로 미국 제재를 버티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3위 자리까지 올랐다.
올해는 더 큰 대어들이 상장한다. 특히 반도체 초호황을 타고 CXMT와 YMTC 실적이 폭증했다. D램업체인 CXMT는 1분기 순이익이 247억위안(약 5조4300억원)으로 1688% 폭증했다고 밝혔다. CXMT는 295억위안(약 6조5000억원)을 조달해, 생산능력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CXMT 시총이 2조위안(44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커촹반 시총 1위인 SMIC의 두 배다.
낸드플래시업체 YMTC는 시총 1조위안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YMTC는 점유율 13%(6위)로 1·2위인 삼성전자(29%), SK하이닉스(18%)와 격차를 좁혔다. YMTC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본격적인 몸집불리기에 나서면서 3위를 노릴 전망이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대표주자인 유니트리도 커촹반 상장으로 42억위안을 조달해서 생산능력 확충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은 작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대중화를 추진하면서 전기차 밸류체인과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 공급망도 장악하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들이 모두 커촹반 상장을 추진하는 건 중국 정부의 기술기업 육성책이 제대로 먹혀들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현재 커촹반에는 600여개 기업이 상장돼 있으며 전체 시가총액은 약 13조위안(약 2860조원)에 달한다. 2019년말 대비 15배 불어난 규모다.
반면 1996년 미국 나스닥을 꿈꾸며 출범한 코스닥시장은 개설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전체 시가총액이 약 540조원에 불과하다. 코스닥 1위인 알테오젠 시총도 17조원으로 커촹반 1위 SMIC(약 220조원)와는 격차가 크다. 여기에는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 굵직한 기업들이 코스닥에서 짐을 싸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긴 영향이 크다.
왜 중국은 혁신기업들이 커촹반으로 몰리는 데, 우리는 거꾸로 코스닥에서 유가증권시장으로 이동하는 걸까. 이는 중국 당국이 IPO 등록제, 이익미실현 특례(테슬라 요건) 상장 등 제도적 혁신을 통해 기술기업의 자금확보를 용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커촹반은 반도체, 바이오, 첨단장비 등 첨단기술 위주로 상장돼 상하이 메인보드보다 2~3배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는다.
상장도 용이하고 주가도 높이 평가받으니 당연히 커촹반 상장이 최우선이다. 이에 반해, 코스닥은 투자자 신뢰가 땅에 떨어져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니 우량주는 옮겨가고 한계기업만 좀비처럼 버틴다. 결과는 '닷컴버블' 이후 26년이 지난 지금도 1000선이 버거운 시장이다.
중국이 커촹반을 육성한 건 기술기업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커촹반 상장기업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중국에서 불고 있는 공대 열풍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창업해서 커촹반에만 상장시키면 적게는 수천 억에서 많게는 수 조원의 자산이 생기니, 인재들이 공대에 몰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래는 기술기업이 결정한다.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우리 청년들도 중국 청년들과 같은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