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 포인트
현상의 이면을 깊이 들여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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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문제에 정통했던 한 신문사의 선배는 밤늦게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늘 가판신문 기사를 봤는데 상의할 수 없느냐"는 청와대 고위직의 전화였다. 이 선배가 쓴 신문의 1면톱 제목은 '판교신도시에 1만가구를 더 짓자'였다. 다음날은 토지공사의 공공택지 입찰일이었다. 이미 판교 택지의 용적률이 80%대로 계획된 상태여서 그 기사는 결과를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새벽에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노무현 대통령이 입찰 중지를 지시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판교의 주택 공급수는 원래 계획보다 4000가구 정도 늘어났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내내 30여차례 부동산대책을 쏟아냈다. 부동산 투기를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고 세금·대출 규제로 압박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공급 확대에도 힘썼다. 국민임대주택을 사상최대인 47만호를 승인했다. 판교·화성·김포·파주 등 수도권 2기 신도시 네곳을 건설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국회의 권력구도에 따라 입법속도가 달라졌다. 취임초기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말할 정도로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최근 필자는 클로드에서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연결해주는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AI와 외부 데이터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을 사용해보고 상당히 놀랐다. 공시는 기업의 재무와 경영현황을 보여주는 핵심 데이터다. 다만 인적·물적분할, 기업합병처럼 한동안 들여다봐야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공시도 많다. MCP를 연결한 후, 상장기업 공시를 분석해달라고 하자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 '페이블(Fable) 5'는 불과 1~2분 만에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 최근 3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별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을 그래프로 그려달라고 했을 때도 2분 밖에 안 걸렸다. 클로드와 외부 데이터를 직접 연결시킨 MCP의 효율성과 페이블5의 높은 성능 때문이다. 이제 개인 투자자도 하려고만 한다면 증권사 애널리스트 수준의 분석을 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AI)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AI발 혁명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빅테크가 하루가 멀다 하고 감원을 발표하고 있다.
그의 영화를 즐겨보곤 했지만 마니아는 아니었다. 30주년을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개막작으로 무협영화 '표인: 풍기대막'을 들고온 홍콩의 원화평(위안허핑) 감독 얘기다. 50여년간 영화제작 현장에서 그는 여전히 현역인데 비해 노장은 물론이고 신예 감독은 더 찾기 힘든 한국 영화와 콘텐츠업계의 현실을 돌아볼까 한다. 지난 수십년간 영화관과 OTT에서 그가 감독(무술감독 포함)한 영화 취권, 황비홍 시리즈, 매트릭스, 킬빌 등을 계속 봤지만 '올해 위안 감독 나이가 어떻게 되지' 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위안 감독을 국내 영화계와 연결지어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은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 때였다. 당시 위안 감독은 폐막작 '엽문 외전' 연출을 맡아 방한했고 그와 1945년 동갑내기인 한국의 이장호 감독은 과거의 업적으로 영화제 기간 동안 회고전이 열렸다. 흥행작이자 문제작이었던 '별들의 고향', '바람불어 좋은 날', '외인구단' 등으로 1970 ~ 90년대를 관통한 이장호 감독의 후속작이 나오기를 응원하고 싶었다.
대중미디어가 없던 시절 가수는 공연장을 돌며 관객을 만났다. 실력 차이가 있더라도 무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TV가 등장하고 음원기술이 발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동일한 콘텐츠가 대규모로 복제·유통되자 소수의 스타는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뒀고, 가수들 간 격차는 커졌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장을 지낸 셔윈 로젠은 1981년 발표한 논문(The Economics of Superstars)에서 이를 '슈퍼스타 경제'라고 불렀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소비는 상위 소수에 집중되고, 그 결과 승자가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노동경제학에 나오는 이론이지만 오늘날 산업과 국가경제에 적용해도 손색없다. AI 기술 발전과 투자 확대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기업이 성장을 견인한다. 올해 경상수지는 역대 최대 흑자가 예상되고 경제성장률이 3% 안팎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표만 보면 한국 경제는 보기 드문 황금기를 맞았다. 하지만 한 산업에 부가가치와 자원이 집중되는 문제가 생긴다.
평소에는 그 가치를 잊고 산다. 전쟁이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바로 에너지다. 1970년대 중동전쟁과 석유파동 때도 그랬고, 미국-이란 전쟁으로 석유·LNG 대란을 겪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에너지를 갖지 못한 나라가 에너지를 가진 나라에 의존하는 것 역시 불변의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에너지 자립에서 에너지 지배로 나아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액체 금'을 가진 나라라는 점에 근거해 석유·가스 생산을 최대한 늘리고 에너지 가격을 낮춰 제조업 강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취지였다. 그의 말은 일정 정도 현실이 됐다. 미국·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미국의 원유·석유제품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LNG 수출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동산 에너지 수입길이 막힌 유럽과 아시아가 미국산 원유·LNG를 찾은 것이다. 미국의 '에너지 패권'이 발현된 셈이다. 이는 결국 외교·안보·경제의 지형을 바꿔놓을 것이다.
"말로 해서 듣는 놈은 말로, 때려서 듣는 놈은 때려서라도 가르친다. " 전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에 나오는 대사다. 이 드라마는 공개한지 열흘만에 넷플릭스 TV쇼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배우 이성민이 교육부장관으로, 김무열·진기주가 교권보호국 감독관으로 나온다. 이들은 학교 폭력, 학부모의 갑질 민원, 학교내 마약 유통, 사이버 블링 등에 대해 때로는 말로 설득하고 때로는 물리력을 써서라도 응징한다. 드라마의 특성상 과장된 설정이 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사이다' 같은 쾌감을 준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연합회 교권강화국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건수는 438건에 달한다. 이중에는 한겨울도 아닌 5월에 교사가 교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고, 친구의 뺨을 때린 학생을 훈계했다가, 수업중 춤을 추는 학생을 제지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황당한 사례들이 많다.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도 상식 수준을 뛰어넘은지 오래다. 현장체험학습으로 수족관에 갔더니 동물 학대 장소에 왜 갔냐는 민원이 제기될 정도다.
1조7500억달러의 기업가치로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를 기록할 스페이스X의 상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중국도 올해 초대형 기업의 IPO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창신메모리(CXMT), 양쯔메모리(YMTC), 유니트리가 상장을 서두르고 있고 홍콩에 상장한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미니맥스, 즈푸AI도 본토 상장을 준비 중이다. 5개 기업 모두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이 목표다.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은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시진핑 중국 주석의 지시로 2019년 7월 상하이거래소에 개설된 기술·벤처기업 전용 증시다. 중국 파운드리업체 SMIC는 2020년 7월 커촹반 상장을 통해 조달한 12조원으로 미국 제재를 버티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3위 자리까지 올랐다. 올해는 더 큰 대어들이 상장한다. 특히 반도체 초호황을 타고 CXMT와 YMTC 실적이 폭증했다. D램업체인 CXMT는 1분기 순이익이 247억위안(약 5조4300억원)으로 1688% 폭증했다고 밝혔다. CXMT는 295억위안(약 6조5000억원)을 조달해, 생산능력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무대 데뷔 36년만에 첫 수상을 한 배우는 "후보로 오른 게 이번이 처음인데 이렇게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지난달 열린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조연상(방송부문)을 받은 유승목 배우 얘기다. 본래 대학로 연극에서 출발해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그는 여러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고생 끝에 히트작(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으로 꽃을 피운 것이다. 연봉 수십만원이 상징하는 생활고와 숱한 아르바이트 일자리, 가족들의 이해와 희생같은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유승목 배우는 10여년전 중학생 딸이 용돈이라며 건네준 2만원을 액자로 만들어뒀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로를 지켰거나 새로 입성해 더 큰 연기무대를 꿈꾸는 그들의 후배들은 어떨까. 안타깝지만 그들이 통과해야 할 바늘구멍은 더 좁아졌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중·대극장 연극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대학로의 순수 예술 중심 소극장 창작 연극들은 고전을 면치 못 한다. 드라마 공급 편수도 2022년 136개에서 2024년 108개로 약 20.
이 칼럼은 실기했다. 의도한 실기다. 지난 3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방탄소년단(BTS)이 공연을 한 직후 썼어야 시의성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병역을 마치고 3년 만에 완전체로 복귀해 대중 앞에 선 첫 무대였다. 새출발하는 의미에 집중해야 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돌아볼 수 있게 됐다. 광장에 나온 BTS가 의아했다. 광장은 축제의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집단성이 강해지기 쉬운 장소다. 민주주의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힘을 가장 노골적으로 과시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같은 공연이라도 광장에서 열리면 단순한 문화 이벤트의 의미를 넘어선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산 세대에게 광장은 여의도광장이었다. 각종 반공 집회와 선전이 이뤄졌고 정치적 동원에 의해 오염됐다. 전두환 정권이 급조한 관제 축제인 국풍81의 공간이기도 했다. 1990년대 후반 여의도광장이 공원으로 변하자 광화문 앞이 광장이 됐다. 한일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거리 응원은 광장의 가능성을 새로 발견한 계기였다. 2002년 효순·미선 추모대회, 2008년 광우병 시위, 2016년 탄핵 집회를 거치면서 광화문광장은 저항의 공간이 되었다.
전쟁경제 시대, 무기수출 세계 4위 K-방산, 수출·공급망의 주축 부상 민관총력, 캐나다 잠수함 수주하길 한화그룹이 자산 기준 재계 5위로 올라선 것은 하나의 사건이다. 재계 지형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관전포인트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분쟁이 일상화된 '전쟁경제'의 시대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비극적 상황에서 사업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만 보면 하나만 본 것이다. 방위산업이 성장산업이 됐고,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 중 하나가 됐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한국의 평화를 지키는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화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면서 13조원 넘는 자산을 추가했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방산·조선 계열사 세 곳의 자산은 1년 새 14조원 가까이 불었다. 시가총액도 함께 뛰었다. 한화만의 스토리는 아니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 등 방산기업들이 같은 궤적을 그려왔다. 지난해 방산 수출이 15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무기 수출 점유율 세계 4위까지 치고 올라간 것은 과거와 전혀 다른 위상임을 드러낸다.
"요즘은 집도 안보고 계약을 합니다. 전세 매물이 없으니 먼저 입금 하지않으면 선수를 빼앗기기 때문이죠. " 한 부동산 유튜버는 최근 전세를 구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이른바 '노 룩(No Look)' 계약이 유행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전월세 시장이 불안하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80에 육박, 전세매물이 수요에 턱 없이 못미친다. KB부동산의 월세 가격지수도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이다. 필자는 부동산 투기가 망국병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갭투자'로 수십채의 아파트를 사모은 투기꾼에 대해 징벌적 과세로 폭리를 환수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이 누구일까를 생각해보자. 세금 폭탄을 맞는 다주택자들일까. 어차피 집을 살 능력이 안돼 공공임대 당첨이나 바라봐야 하는 무주택 서민들일까. 아마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계층은 열심히 일하는 '흙수저' 출신 청년들일 것이다. 서울 대기업에 다니는 지방 출신 청년의 경우를 가정해보자. 대기업 신입 평균 연봉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빼면 실수령액은 4100만원 수준이다.
지난 4월말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과학축제'에 초등학생 아이를 데리고 갔다. 얼마 전 장래 희망을 경찰에서 작가로 바꾼 아이에게 과학자의 길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는 과학축제에 가면 '로봇 복싱쇼'를 볼 수 있다고 하자 눈을 반짝였다. 이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정부출연연구소가 자율주행 로봇, 우주 개발 등 최신 연구를 선보이고 카이스트가 사족 보행로봇 '라이보'를 시연했지만, 아이들이 가장 많이 모인 이벤트는 단연 로봇 복싱쇼였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로봇 복싱을 보고 로봇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까지 섰다. 그런데, 로봇을 중국 기업이 만들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았다. 이 로봇은 중국 유니트리가 제조한 G1으로 키 130cm, 무게 35kg이며 최고 시속 7. 2㎞로 달릴 수 있다. G1 가격은 약 8만5000위안(약 1810만원)으로 작년에만 2000대 넘게 팔렸다. 중국 관영 중앙(CC)TV가 유니트리의 G1으로 처음 로봇격투대회를 개최한 게 작년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