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도 STO(토큰증권)로 거래하고 싶다[투데이 窓/소윤권]

소윤권 엔버스 대표
2026.07.13 02:00

금융위 토큰증권 가이드라인 발표 임박
미국에선 토큰화된 주식 활발히 거래돼
좋은 자산 더 간편히 거래하게 만들어야

지난달 이 지면을 통해 필자는 STO(Security Token Offering)가 '소문난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제도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과도한 규제와 높은 발행 비용은 이제 막 태어나려는 시장의 숨통을 조일 수 있으며, 투자자 보호와 시장 활성화는 얼마든지 함께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지금, 시장은 또 하나의 중요한 변곡점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STO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기대와 긴장이 교차하고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국내 STO 산업의 방향을 결정할 첫 번째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다른 고민도 생긴다. 제도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정작 투자자들이 사고 싶은 상품이 없다면 시장은 과연 성장할 수 있을까? 얼마 전 한 증권사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가장 좋은 상품은 증권사가 직접 투자하고, 그다음 좋은 상품은 고객에게 권한다. 그리고 가장 애매한 상품이 STO로 나온다."

물론 다소 과장된 농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한마디는 STO 시장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본질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STO가 '남는 자산의 유통 창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자자는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에도 투자하지 않는다. 결국 투자하는 것은 좋은 자산이다. 지금까지 STO 시장에서는 부동산 수익권, 미술품, 음악 저작권,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기초자산이 논의되어 왔다. 이러한 시도들은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러나 대부분 특정 프로젝트를 조각 투자하는 형태에 머물러 있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거래 규모와 유동성 면에서 거대한 자본시장을 만들어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렇다면 STO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반길 자산은 무엇일까. 답은 멀리 있지 않다. 주식이다. 주식은 수백 년 동안 자본시장의 중심을 지켜온 대표적인 정형증권이다. 기업의 가치와 성장을 함께 나누고, 투명한 정보공시와 합리적인 가격 형성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장 많은 투자자의 선택을 받아온 자산이다. 익숙함과 신뢰, 유동성을 모두 갖춘 주식은 STO 시장이 품을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콘텐츠이자,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해외 시장은 이미 이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RWA(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에서는 토큰화된 주식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자산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주식을 24시간 거래하거나 소수점 단위로 투자하는 서비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블록체인은 새로운 자산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기존 금융상품을 더 효율 적으로 거래하기 위한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내 STO와 해외 RWA는 법적 구조가 다르다. 그러나 투자자가 원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자산을 더 쉽고, 더 편리하게 투자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달 발표될 STO 가이드라인이 정형증권의 토큰화 가능성을 얼마나 열어둘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상장주식이든 비상장주식이든, 법적 안정성을 확보한 토큰화의 길이 열린다면 STO 시장의 성장 속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STO의 미래는 결국 어떤 자산을 담아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일부 조각투자 상품에만 머문다면 STO는 작은 시장 안에서만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주식이라는 거대한 자산군까지 연결된다면 STO는 디지털 금융의 새로운 표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블록체인이 금융을 바꾼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융을 바꾸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상품이다. 시장은 제도가 만들고, 거래는 기술이 돕지만, 성장은 결국 매력적인 자산이 이끈다.

STO는 태어날 준비를 거의 마쳤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장의 심장을 뛰게 할 콘텐츠다. 그 중심에 주식이 있다면 STO는 '또 하나의 금융상품'이 아니라 자본시장 혁신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주식도 STO로 거래하고 싶다'는 이 바람이 시장의 기대를 넘어 우리 자본시장의 새로운 현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소윤권 엔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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