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홈플러스가 몰락했을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6.07.21 06:00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지난주부터 홈플러스가 대형마트 영업을 중단했다. 사실상 폐업 직전의 극단적 위기에 몰렸다. 서울회생법원이 회생계획안 수행 불가를 이유로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지 불과 열흘 만이다. 전국 140여 개 점포로 대형마트 업계 2위를 지키던 회사가 운영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파산 문턱에 섰다. 2015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국 '테스코(TESCO)'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1년 만의 일이다.

2014년 테스코 본사는 대규모 분식회계 스캔들과 경영 악화가 겹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약 10조 원의 적자를 냈고, 신용등급은 정크 수준까지 떨어졌다. 현금이 절실했던 테스코는 해외 알짜 자산이던 홈플러스를 매물로 내놨다. 매각 직전 매출 8조 5682억 원, 영업이익 7000억~8000억 원에 달할 만큼 현금창출력이 압도적이었고, 핵심 상권 매장의 부동산 가치만도 수조 원에 이르러 여러 사모펀드가 군침을 흘렸다. 2015년 최종 입찰에서 MBK파트너스는 7조 2000억 원을 써내 국내 M&A 사상 최대 금액으로 홈플러스를 낙찰받았다. 한국에 약 2조 3000억 원을 투자했던 테스코는 이 매각으로 16년간의 로열티·배당금을 포함해 4조~5조 원의 이익을 거두고 철수했다.

MBK의 홈플러스 인수는 한국 M&A 역사상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로 꼽힌다. 인수 금액 7조 2000억 원이라는 화려한 외형 뒤에는 자기자본 투입을 최소화하고 피인수 기업의 자산과 신용을 담보로 빚을 일으키는 전형적 차입매수(LBO) 구조가 숨어 있었다. 인수 금액 중 자본으로 투입한 금액은 2조 2000억~2조 5000억 원 정도로 전체 금액의 30%에 불과한데, 그마저도 2013년 결성한 'MBK 3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일부 투자하고 나머지는 공동 투자자(캐나다 연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가 출자했다.

MBK는 대출 한도를 극대화하고 법적 책임을 분산하기 위해 중간에 3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MBK파트너스 → 한국리테일투자 → 홈플러스홀딩스 → 홈플러스스토어즈 → 홈플러스'로 이어지는 기이하고 복잡한 5단계 지배구조를 짜냈다. 경영이 악화돼도 대주단은 중간 SPC의 지분이나 홈플러스 자산만 압류할 수 있을 뿐 MBK파트너스 본사에는 손을 댈 수 없었다. 그 결과 전체 인수 대금의 60~70%에 달하는 4조 2000억 원~5조 원이 타인 돈으로 채워졌다.

인수 구조에 과도한 부채가 포함된 만큼 MBK는 인수 직후부터 홈플러스의 알짜 점포 부동산을 매각해 대출 원금을 상환하는 유동화 전략에 나섰다. 점포 건물을 팔고 다시 임차료를 내며 영업을 지속하는 '매각 후 재임차(Sale & Leaseback)' 방식을 전방위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인수금융 3조 5000억 원 이상을 상환했고, 잔여 채무는 메리츠금융그룹 등으로부터 1조 3000억 원을 대출받아 리파이낸싱(차환)했다. 인수금융 원금은 겉으로 줄었지만, 과거에는 없던 막대한 임차료가 고정비로 매년 발생하며 영업이익을 갉아먹었고 결국 장기 영업적자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대형 점포 수십 개를 리츠(REITs)로 묶어 코스피에 상장시킨 뒤 남은 채무를 청산하려는 구조까지 설계했으나, 다행히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이 철회돼 일반 투자자에게 리스크가 전이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아무리 현장에서 영업이익을 짜내도 그 돈은 인수금융 이자와 임차료를 갚는 데 먼저 소진됐다.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온라인 전환에 사활을 걸 때 물류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어야 할 자금의 원천이 애초에 고갈되어 있었던 것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유통업의 무게 중심이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가면서 홈플러스는 2021년 처음 영업손실을 낸 뒤 한 번도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다.

서울회생법원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하자 위기는 극에 달했다. 그러나 당장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 2000억 원을 두고 최대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과 대주주 MBK는 책임 공방만 벌였다. 메리츠는 세일앤리스백으로 이득을 본 MBK의 출자를 요구했고, MBK는 지분 투자 원금이 이미 전액 손실 처리됐다며 거부했다. 메리츠 측은 MBK가 펀드 운용으로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만 합쳐도 1조 2000억 원이 넘는다고 추산하며 반박했다. 인수 원금은 날렸다는 주장과, 그 사이 수수료로만 1조 원 넘게 벌어갔다는 반박이 정면으로 충돌한 셈이다. 공방 속에 회생의 골든타임이 소진되는 동안 1만 2000여 명 근로자의 일자리가 흔들리고 4100억 원대 물품대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의 연쇄 도산 위기가 현실화됐다.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시한을 앞두고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국회의 정무위원회 현안 질의 예고 등 정치권의 압박과 여론의 질타 속에, 메리츠가 2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을 승인한 것이다. 자선사업은 아니었다. 메리츠는 MBK 김병주 회장과 법인의 전액 연대보증을 받아내 신규 투자금의 안전장치를 확보했고, 파산 시 불거질 1조 1000억 원 규모의 공익채권(체불 임금·납품대금 등)과의 복잡한 법적 분쟁을 피하는 계산을 마쳤다. 비록 2000억 원의 DIP 자금이 '임시 인공호흡기'에 불과하지만, 홈플러스는 즉시항고를 통해 회생 시한을 연장받아 알짜 사업부 분할 매각과 자산 정리를 통해 파국을 면할 최소한의 불씨를 살렸다.

홈플러스의 몰락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MBK 특유의 투자 전략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반복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MBK가 인수한 네파(NEPA) 역시 과도한 인수 빚(LBO)과 아웃도어 시장 정체가 겹쳐 13년째 엑시트를 못 한 채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태다. 딜라이브, BHC 등 MBK가 인수한 다른 포트폴리오 기업들에서도 막대한 투자 수익 이면에 근로자와 가맹점주들의 고충이 반복적으로 불거졌다.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 제고보다는 구조조정과 자산 유동화 등 단기 이익 실현에 치중하는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었고, 홈플러스에서는 그 부작용이 감당할 수 없는 부채와 임차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이 사례가 남기는 교훈은 명확하다. 피인수 기업의 자산으로 인수 대금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차입매수는 시한폭탄을 심는 일이며, 단기 부채 상환을 위한 자산 유동화는 장기 생존 기반을 무너뜨린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켜도 전세를 뒤집을 수 없다. 위기 시 대주주와 채권단이 책임 소재를 두고 핑퐁 게임을 벌이는 사이 골든타임이 소진된다는 사실도 뼈아프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은 사모펀드의 차입매수(LBO) 시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부채비율 6배(6x)'를 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두어 사전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인수 기업의 현금창출력으로 갚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서는 부채 설계를 금융 당국이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인수금융 집행 시 이러한 레버리지 상한선 규제나 스트레스 테스트 의무가 없다. 2015년 인수 당시 홈플러스의 EBITDA 대비 부채비율이 글로벌 위험 기준선(6배)을 훨씬 웃도는 8배 안팎에 달했음에도 제도적 경고등은 단 한 번도 작동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MBK에 대한 고강도 검사와 제재에 들어갔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홈플러스는 이 제도적 공백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준 첫 대형 사례일 뿐, 마지막 사례라는 보장은 없다.

지난주 문을 닫은 매장 앞에서 발길을 돌리던 고객과 협력업체 직원들의 모습은, 실물경제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성이 배제된 채 금융공학적 레버리지와 단기 회수에만 의존하는 사모펀드 자본주의가 초래할 비극적인 종말을 보여준다. 금융이 실물의 지속 가능성을 지배하고 갉아먹는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홈플러스의 비극은 한 기업의 잔혹사에 그치지 않고 언제든 한국 경제를 무너뜨릴 시한폭탄으로 재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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