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9기 오세훈 서울시장이 '야간경제'를 새로운 화두로 제시했다. 문화·관광·상권·교통을 연계해 낮에 집중된 소비를 저녁과 심야까지 넓히고, 이를 골목상권과 일자리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대규모 시설을 새로 짓기보다 기존 공간의 운영시간과 이용방식을 바꿔 경제적 효과를 내겠다는 접근법이 새롭다.
'글로벌 야간경제 보고서'(NTER 2026)는 세계 야간경제 규모를 연간 3조~4조달러(약 4450조~5930조원),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로 추산한다. 고용도 전체의 10%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영국 런던의 야간문화·여가 중심 경제는 210억5000만파운드(약 42조원), 전체 야간경제는 1396억파운드(약 278조원)로 추산된다. 런던 경제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야간경제총괄특보와 전담팀을 두고 오 시장이 최소 6개월간 추진 상황을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도심 주요 야간 명소를 '야간경제 상생특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구에는 야간영업 인센티브와 옥외영업 시간 연장, 심야교통 지원 등을 묶어 적용한다. 가게 밖 도로나 공터에서 음식과 술을 파는 '서울 달빛야장'도 올해 5곳 지정할 계획이다.
서울형 야간경제의 방향은 '술·유흥'에 집중된 밤의 소비를 '문화·가족' 영역으로 넓히는 데 있다. 두바이는 스마트 조명과 안전요원을 갖춘 야간 해변을 운영해 18개월간 15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서울시도 미술관·박물관 야간 개방,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서울아레나, 한강을 활용한 체류형 콘텐츠를 늘리고 가족 단위 방문이 가능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관련 기준을 정비해 야장을 지역 상권과 연계된 야간 콘텐츠로 제도화할 예정이다.
성패는 운영에 달렸다. 야간경제가 일회성 행사나 관광 홍보에 머물지 않으려면 '디테일'이 중요하다. 야간경제를 별도 정책 영역으로 관리하는 해외 도시들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지역별 심야교통망을 확충하고, 소음과 쓰레기, 보행 불편을 조정할 기준도 필요하다. 런던 조사에서는 시민 10명 중 2~3명이 밤 10시 이후 대중교통이 부족해 외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야간 노동자의 교통과 근무 여건도 함께 다뤄야 한다. 방문객 수와 행사 횟수뿐 아니라 체류시간, 인근 매출, 고용, 민원 변화까지 측정할 지표도 갖춰야 한다.
야간경제는 단순히 낮의 영업시간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서울의 문화시설과 상권, 교통을 밤에도 제대로 움직이게 하는 도시 운영 전략이다. 잠들지 않는 서울의 밤이 시민에게는 새로운 여가 기회를, 골목상권에는 매출과 일자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경제 금광'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