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스위스의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을 2조7000억원에 인수한다. K-바이오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비만·당뇨 치료제의 핵심 물질인 펩타이드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의약품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2021년 mRNA(메신저 리보핵산), 지난해 ADC(항체약물접합체), 이번에는 펩타이드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계속 확대해왔다. 특히 펩타이드는 최근 비만·당뇨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제약시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5년 1500억달러(약 22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펩타이드 CDMO 시장 역시 연평균 20% 넘게 성장해 2035년 291억달러(약 4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펩타이드 CDMO 시장 진출 시기를 대폭 앞당길 수 있게 됐다.
한국 제약·바이오 시총 1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약 63조원)지만, 글로벌 제약사들과는 체급 차이가 뚜렷하다. 글로벌 1위 제약사인 일라이 릴리의 시총은 약 1조달러로 SK하이닉스를 앞선다. 격차가 큰 만큼 성장 여지도 크다. 반도체의 뒤를 잇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바이오를 키워야 한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곳은 덴마크다. 덴마크에서 제약산업은 한국의 반도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덴마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7%로 올리면서 그 중 1%포인트는 제약산업의 성장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제약산업은 비만약 '위고비'를 생산하는 노보 노디스크가 사실상 이끌고 있다. 한 회사가 성장률의 3분의 1 이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바이오가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음을 덴마크가 보여주고 있다. 이번 인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펩타이드 생산시설과 관련 전문인력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전통적인 1위 스위스 론자를 추격하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게 됐다. 정부도 바이오를 반도체에 준하는 전략산업으로 삼아 규제 완화와 의사과학자 등 전문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