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급락하면서 변동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의 일중 변동률은 6.11%로 역대 최고치였던 2008년 10월과 같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로의 쏠림 현상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가 변동성을 증폭시킨 결과다. 일본, 대만 증시도 반도체 때문에 휘청거렸지만, 변동률은 한국 증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높은 반도체 의존도와 이로 인한 변동성 확대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8일 10.84% 폭락하며 역대 하락률 4위를 기록했다. 29일에도 장중 12% 넘게 폭락했지만, 오후들어 낙폭을 줄이며 5.98% 하락 마감했다. 한국증시가 급락하자 반도체주 매도가 확산되며 아시아 증시도 이틀 연속 하락했으나 유독 코스피지수만 하락폭이 컸다. 이날 대만 가권지수는 3.75% 내렸으며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49% 하락하는 데 그쳤다. 개별 종목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가 60조원이 넘는 2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하고도 9.6% 하락했으나 대만 TSMC는 3.5% 밖에 안 내렸다.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지속 가능성과 데이터센터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아시아 반도체 종목이 전반적인 약세였지만, 대만과 일본증시는 한국에 비하면 선방한 것이다. 대만은 시총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TSMC가 안정적인 중심축 역할을 한 영향이 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로 치솟은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반도체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영향력도 줄여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의 47%를 차지하면서 두 종목의 움직임이 지수 전체 변동성으로 증폭되고 있다. 반도체는 업황이 경기에 민감한 데다, 최근 AI 투자를 둘러싼 의구심이 불거질 때마다 주가가 크게 출렁인다.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지연은 국내 증시의 완충 장치가 제때 작동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가 국민연금이 증폭기로 기능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말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상향하면서 리밸런싱을 계속 유예했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이라는 시장의 완충 장치부터 제대로 작동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