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민 반발에 한발 물러선 농지 전수조사

[사설]농민 반발에 한발 물러선 농지 전수조사

머니투데이
2026.09.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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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방향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준병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2026.09.21.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방향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윤준병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2026.09.21. [email protected] /사진=고범준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정부와 여당이 21일 한발 물러섰다. 투기 목적이 아닌 농지법 위반은 처분을 유예하거나 양성화할 수 있도록 특별조치법을 연내 제정키로 한 것이다. 지난 2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은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됐다"고 지적하며 관계 부처에 전수조사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현 정부 들어 이처럼 지나친 규제를 밀어붙였다가 반발이 커지면 땜질 처방을 내놓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는 헌법상 '경자유전'(耕者有田·농사를 짓는 사람이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 원칙에 따라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농지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말까지 진행된 기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1013만필지 중 284만필지(27%)가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로 분류됐다. 4필지 중 1필지꼴이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농지법 개정안이 지자체의 처분명령을 의무규정으로 강화한 것도 불안감을 키웠다. 처분명령을 받고도 농지를 처분하지 않으면 매년 땅값의 25%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농촌에서는 상속이나 고령으로 직접 농사짓기 어려운 농지,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임대차까지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번졌다. 농심(農心)도 들끓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와 여당은 결국 보완책을 내놓았다. 불법 전용 농지도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양성화 기회를 부여키로 했다. 대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허위 영농 계획을 제출해 무단 휴경·불법 임대하거나 농업법인을 통해 농지를 취득한 뒤 부동산업을 한 경우 등은 엄정 조치하기로 했다.

이번 일은 강화된 농지법 하에서 후폭풍을 예상치 못하고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를 서둘렀다가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지자 물러선 결과다. 경자유전 원칙 아래 상속과 고령화로 얽힌 농지 문제를 풀려면 정확한 현실 진단이 먼저다. 현장과 동떨어진 규제를 일률적으로 들이대서는 안 된다. 농촌은 고령화로 농사지을 사람이 줄고 인구 유입마저 끊기면서 농지 가격이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농지 담보대출마저 부실해지고 있다. 특히 농지 전수조사에서 보듯 과도한 규제를 먼저 만들고 여론이 반발하면 다시 되돌리는 방식은 정책에 대한 신뢰 자체를 훼손한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규제보다 되돌리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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