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본시장의 주목할 변화로 주주행동주의 저변 확대와 진화를 들 수 있다. 과거 행동주의 펀드는 '소버린 사태' 에서 연상되듯 단기차익을 노리고 경영진을 공격하는 세력으로 보았다. 하지만 2022년 이후 토종 행동주의 등장 등 변천사를 거치면서 '주주관여(Engagement)'라는 보다 고도화된 전략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기관투자자의 운용지침은 물론 대기업의 이사회 구성과 자본배분결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주주행동주의의 약진은 그간 스튜어드십코드 제·개정, 상법 개정,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프로그램 등 일련의 제도 변화로 뒷받침됐다. 여기에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소액주주 연합이 가능해졌다. 사모펀드(PEF) 대형화, 행동주의 펀드 간의 글로벌 공조 확대 등으로 활동 반경은 중소형 저평가주에서 대기업과 금융그룹까지 확장됐다.
영국 기업지배구조 연구기관 딜리전트(Diligent)의 '2026 주주행동주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 캠페인은 60여 건으로 집계됐다. 전년(66건) 대비 소폭 감소하였으나, 주주서한 발송 등 공개적 활동이 줄어든 것일 뿐 비공개 대화와 협의는 오히려 고도화했다는 평가다.
주주 행동주의의 내용과 대상 역시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배당 확대나 자사주 취득 같은 단기적 주주 환원이 주였다면, 최근은 자사주 소각, 지주사 할인 해소,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자본 배분 이슈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대해 기업은 이사·주주간 갈등 심화와 R&D(연구·개발) 등 장기투자 차질을 우려하는 경향이 짙다. 2025년 대한상공회의소가 한 300개 상장기업 대상의 '주주행동주의 확대에 따른 기업 영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0%가 최근 1년간 주주관여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소액주주와 소액주주연합의 활동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주의 전략 고도화배경에는 기관투자자의 태도 변화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스튜어드십코드 정착 이후, 기관투자자들은 타당한 제안에 대해서는 행동주의 펀드와 뜻을 같이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행동주의펀드는 지분을 직접 많이 매집할 필요 없이, 2~5% 안팎의 지분만으로 다른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레버리지(Leverage)를 활용해 기업의 정책변화나 자본배분 재검토를 유도하는 효율적 전략을 구사한다. 최근에는 독립사외이사가 주주와의 대화 테이블에 나서고, 주주제안 수용률도 증가추세다.
주주행동주의의 제안이 다양하다는 점은 기업경영에 외부의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고,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강화해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경영진과 주주 간의 소통 역시 형식적 절차를 넘어설 때 실질적인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남용적인 주주제안, 과도한 경영간섭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그러나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재무적 행동주의와 장기 기업가치를 지향하는 지배구조·전략적 행동주의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주주행동주의는 경영의 '리스크 요인'이기보다는 기업의 책임성과 자본배분의 효율성,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는 시장규율(market discipline) 강화의 촉매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