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소비자들이 '내 차에 왜 쓰레기를 넣었냐'고 했습니다. 설계자들도 '내 부품에 쓰레기 넣지 말라'며 쫓아내던 시절이었죠."
국내 완성차업체 한 관계자는 20여년전 차량 소재를 재활용하는 업무를 하며 겪은 일을 이렇게 회고했다. 과거엔 재활용 소재를 쓰는 목적이 원가 절감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친환경 규제를 맞추려 쓰고 있다. 그 사이 이유는 달라졌는데 빠진게 하나 있다. '재활용 소재를 썼다'고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단 것이다.
최근 유럽 자동차 브랜드들은 신차 발표회에서 실내에 어떤 재생 소재를 어디에 썼는지 설명하며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내 완성차업체 홍보자료에선 그런 문장을 찾기 어렵다. 숨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재활용 소재를 썼다고 하면 오히려 이미지에 손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키나 파타고니아 같은 패션 브랜드는 재활용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고도 제값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자산으로 취급되는 상품인 만큼 '재생'이란 단어를 붙이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근거 없는 우려도 아니다. 한 완성차업체가 글로벌 권역별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해보니 친환경 소재에 긍정적이란 응답은 어디서나 높게 나왔다고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비용을 차값으로 부담하겠느냐고 묻자 유럽 소비자는 그러겠다고 답한 반면 한국 소비자는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현대차의 경우 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춰 재생원료의 차량 적용 비율을 연도별로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명시했다. 적용 범위도 플라스틱 비중이 큰 내·외장 부품을 넘어 섀시와 차체, 전동화 부품까지 넓혔다. 천연섬유와 패각, 사과껍질을 원료로 쓰는 바이오 소재 개발도 함께 진행 중이다. 관련 규제를 충족하지 못하면 판매길이 막히니 물러설 곳도 없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더라도 소비자는 어차피 재생원료가 섞인 차를 타게 된단 의미다.
이에 기업은 어느 부품에 무엇을 썼는지 떳떳하게 밝히고 소비자는 그 노력을 값으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자원 빈국에서 폐차는 버리는 쓰레기가 아니라 다시 활용해야 하는 자원에 가깝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업만 하란 법은 없다. 지속가능한 소비도 함께 가는게 맞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