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이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당초 21만명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10만3000명으로 절반 이하로 낮춰잡았다. 상반기 취업자가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고용률 하락과 실업률 상승이 동반된 데 따른 대응이다.
고용의 질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양질의 일자리라 할 수 있는 상용직의 증가세가 뚜렷하게 둔화한 반면, 고용 안전망 밖에 있는 비임금 근로자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처음으로 증가로 돌아섰다. 좋은 일자리가 몰려 있는 제조업은 24개월 연속 취업자가 감소했다.
특히 청년 일자리 침식이 위험수위를 넘었다. 청년층 취업자는 지난 6월까지 44개월 연속 감소했다. 상반기 20대 고용률이 1.3%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인구감소만으로 부진을 설명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성장과 고용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고착했다는 점이다. 최근 경제성장률 실적·전망이 상향됐지만 이는 반도체 산업 호황 덕분이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장치 산업으로 생산성에 비해 취업 유발 효과가 미미하다. 일자리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내수와 비반도체 부문의 성장은 예년과 다름없는 1%대 내외 성장률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 경제성장 체감도가 바닥을 치는 이유다.
이런 고용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고용 대책, 특히 청년 취업 대책을 보면 안일함을 넘어 우려스럽다. 자발적 퇴직자 대상 실업급여 지급처럼 단기적인 현금 지원과 재정 투입 위주의 미봉책에만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의 '절대적인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구직자의 역량을 키우고 현금을 쥐여준들 취업자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고기가 없는데 물고기 잡는 법만 가르치는 격이다.
고용 정책은 일자리를 늘리는 대책이어야 한다. 사람을 채용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어야 한다. 민간 영역에서 신산업이 태동하고 규모를 키워야만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공급된다. 인공지능(AI), 바이오, 우주항공 등 글로벌 패권 경쟁이 치열한 첨단 기술 분야 기업과 잠재력을 가진 유망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가 혁파돼야 한다. 고용 정책 패러다임을 구직자 중심에서 벗어나 일자리 공급 중심으로 전환할 때다. 일할 사람보다 일자리를 만드는 산업에 초점을 맞추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