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야구, 농구 경기는 구기 종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고 효율성을 위하여 세 종목의 선수를 하나의 팀으로 합치지는 않는다. 경기 규칙도, 훈련 방법도, 필요한 역량도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조직을 다른 기관에 붙이면 기능도 그대로 이전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큰 착오이다. 조직은 하루 만에 합칠 수 있어도 전문성은 하루 만에 합칠 수 없다.
'항공안전'은 단순한 운항의 안전으로 국한되지 않고, 항공기의 설계·제작부터 비행시험, 인증, 운항 이후의 지속 감항까지 고도의 기술적 판단과 장기간 축적된 전문성이 요구된다. 특히 항공기 인증에서 치명적인 고장상태의 발생 가능성을 비행시간당 10억 분의 1 수준까지 낮추도록 요구하는 것은 항공안전이 추구하는 엄격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발생한 대형 항공참사는 항공안전의 무게를 다시 일깨웠다.
우리 국민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 그 비극이 우리 사회에 던진 한 가지 메시지는 분명하다. 국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정책은 신속하게 안전에 대한 투자와 전문성을 강화하여 인증과 감독을 더욱 철두철미하게 하며,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국가 항공안전체계의 취약점을 찾아 보강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항공안전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기준 아래 국가 간에 안전감독체계와 인증역량을 확인하고 신뢰하는 국제성이 매우 강한 분야다. 국가가 항공안전 전문역량을 더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국내 유일한 항공안전전문기관인 항공안전기술원(KIAST)를 국내 일반 교통안전기관과 통폐합하려는 시도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공공기관 개혁은 필요하다. 비효율이 있다면 고치고 중복 업무가 있다면 조정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성을 없애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모든 공공기관을 같은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고 국제적 안전기준에 따라 고도의 전문성을 축적해야 하는 기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항공안전기술원은 우연히 만들어진 기관이 아니다. 항공사고의 아픔을 겪은 후 안전한 하늘길을 보장하고자 2014년 특별법으로 공식 출범했고 2015년 항공기 인증 전문검사기관으로 지정되었다. 항공사고 예방을 위한 인증·시험·연구·기술개발 등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전문성을 축적한 기관이다.
그래서 항공안전기술원의 통폐합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먼저 물어야 할 질문도"기관 하나를 줄이면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가 아니다. 서로 다른 전문 영역을'교통안전'이라는 공통분모만으로 하나의 조직에 묶는 것이 과연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어 적합한 방법이냐는 것이다.
적어도 항공안전 기관의 조직개편을 논의한다면 단순히 인력과 예산 등 숫자를 비교할 것이 아니라 인증기능의 전문성과 독립성, 전문인력 유지, 지속감항 역량, 국제적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먼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오는 12월 ICAO의 USOAP CMA 감사를 앞두고 있다. 국제사회가 우리나라의 항공안전감독체계를 평가하는 중요한 시점이다.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충분한 검토 끝에 더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것 역시 정부가 보여줄 수 있는 책임 있는 판단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