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상장해도 85%가 적자…기술만으론 안 된다

[우보세]상장해도 85%가 적자…기술만으론 안 된다

류준영 기자
입력 2026.11.06 05:00 드롭다운 아이콘 수정 2026.11.0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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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요리사가 한 번 맛있게 만든 음식이 식당의 메뉴가 되려면 매일 수백 그릇을 같은 맛으로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기술도 마찬가지다. 반복 생산·사용을 견디고, 고객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때 비로소 제품이 된다. 실험실에서 한 번 성공한 기술은 시제품일 뿐 완제품이 아니다."

지난달 29일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 '2026 K-프리미어 딥테크 페스타 - 공공기술사업화 좌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말이지만 공공 R&D(연구개발)이 오랫동안 놓쳐온 본질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서 제시된 정부 통계자료를 보면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사업의 사업화 성공률은 50~60% 수준이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도 상당수가 5년 안에 사업화에 이르지 못한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약 240곳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85%가 상장 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기술을 개발하고 상장하는 것과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투자 현장의 지적은 더 날카롭다. 교원창업기업 상당수가 기술의 우수성을 증명하고 설명하는 데 집중할 뿐, 누구에게 무엇을 팔아 매출을 낼지는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구매할 기업 하나도 특정하지 못하면서 상장을 이야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기술의 가능성보다 첫 고객을 확보할 구체적인 계획이 먼저라는 뜻이다.

반면 시장의 문제에서 출발해 성과를 낸 사례도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국내에는 119 구급차 규격에 맞는 음압 캐리어가 마땅치 않았다. 오송의 한 중소기업은 이 문제를 파악하고 대학 기술을 활용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코로나19 기간 약 1000대를 보급했고 혁신조달 분야 대통령상도 받았다. 무엇을 개발할지가 아니라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먼저 물은 결과다.

공공 R&D의 출발점도 이처럼 달라져야 한다. 연구개발 초기부터 기업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파악하고, 기술을 도입할 때의 비용과 효과를 따져야 한다. 또 기술 인증·승인 절차와 공급망, 생산 기반, 나아가 기술성숙도만큼 시장성숙도도 함께 들여다 봐야 한다.

기술과 기업 관계망, 관련 시장 등을 AI와 데이터로 분석해 수요처를 찾아주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아폴로' 같은 플랫폼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자의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기술·시장 매칭을 데이터 기반으로 바꾸는 시도다.

기술을 개발했다고 해서 시장이 저절로 열리지는 않는다. 기술 완성도와 시장 수용성 사이에는 늘 간극이 있고, 그 간극에서 수많은 공공기술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졌다. 이를 메우는 일은 연구가 끝난 뒤가 아니라 과제를 기획·설계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게 좌담회 패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공공 R&D의 성공은 기술 개발만이 아니라 시장에 안착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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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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