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를 막겠다는 취지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밑 빠진 독(응급실)에 물(환자) 붓기'란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응급환자를 수용할 응급의료기관을 빠르게 정해 이송하는 것'이다. 이송할 의료기관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때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센터가 수용기관을 지정하고, 지정받은 의료기관은 환자를 수용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응급실에 실려 온 응급환자를 병원이 거부할 수 없게 만든 건데, 의료계에선 응급환자를 수용할 여력이 없는 병원에서 이송된 환자를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하는 '응급환자 강제 수용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개정안엔 이송 전에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하도록 하는 절차가 없다. 그러면서 병원이 전화 받기 위해 전용회선과 담당 인력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는 그대로 뒀다. 전화를 거는 쪽의 의무는 없애고, 받는 쪽의 의무만 남긴 셈이다.
환자 상태가 경증인지 중증인지를 가르는 1차 판단을 현장 구급대원이 하게 된다는 것도 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런데 정확한 검사 없이 환자의 중증도를 눈대중으로 판단하는 건 의사에게도 쉽지 않다. 실제 응급 현장에선 환자가 의식을 잃지 않았을 때 자칫 경증으로 보여도 중증의 뇌출혈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에 응급실을 지켜온 의사들은 "(중증도) 판단은 구급대원이 하고, 잘못된 결과의 책임은 환자를 받은 응급실이 지는 구조"라고 날을 세운다.
응급실에서 환자를 '당장' 수용할 수 있는지는 응급실의 시설·인력, 배후 진료과의 사정에 따라 매 순간 달라진다. 예컨대 안과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와도 배후 진료과(안과) 의사가 없으면 응급실에서 환자를 수용하는 게 의미 없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센터의 판단이 다르거나 지정이 중복될 때 누가 조정할 것인지, 지정된 병원에서 필요한 치료가 어려울 때 누가 후속 대응을 책임질지는 명확하지 않다.
응급실 뺑뺑이는 중증의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응급실에 해당 환자가 이송되면서 발생한다. 결국 응급실 뺑뺑이를 막으려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신속히 이송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응급실에서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지는 남은 병상, 수술·시술 가능 여부, 전문인력과 배후진료 역량 등을 살펴 판단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국회와 정부는 남은 법률 심사와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응급실 현장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개정안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