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찾은 독일 하노버 상용차 전시회(IAA 트랜스포테이션)에서 눈길을 끈 장면 중 하나가 붕어빵차의 등장이었다. 이 익숙한 먹거리를 선보인 트럭이 기아(118,500원 ▼1,500 -1.25%)의 목적기반차량(PBV) PV5였다. 물건을 나르거나 사람을 태우는 차가 작은 가게로 변신한 모습에 고객이 원하는 용도에 맞춰 차를 만들겠다는 기아의 설명이 귀에 쏙 들어왔다.
더 흥미로운 풍경이 기아 부스 밖에도 펼쳐졌다. 다른 특장업체들의 전시 공간에서도 PV5를 기반으로 만든 차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차에서 출발했지만 쓰임은 저마다 달랐다. 기아가 PV5의 가능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넘어 다른 기업들이 그 차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셈이다.
PBV라는 명칭은 여전히 낯설다.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맞춤형 이동 수단이라는 설명도 소비자에게는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전시장에서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1대의 차가 사업자의 필요에 따라 각기 다른 모델로 거듭나는 것 자체가 PBV의 의미의 전했기 때문이다.
송호성 기아 사장이 현장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강조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용도에 맞춘 섀시 설계의 경쟁력도 이를 뒷받침했다. 다양한 용도로 바꿔 쓸 수 있도록 차량의 바탕부터 설계했다는 측면에서다. 전시장에 나온 특장차들은 그 유연함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상용차를 고르는 고객에게 차는 생계를 이어가는 도구다. 짐을 싣고 내리기 편한지와 필요한 장비를 넣을 수 있는지가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완성차업체 홀로 이 모든 요구(니즈)를 헤아리기는 어렵다. 각 분야를 아는 특장업체들이 새로운 쓰임을 보탤수록 고객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기아 부스 밖의 PV5가 반가웠던 이유다.
물론 전시장 내 관심만으로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다. 오랫동안 거래해온 브랜드를 바꾸려는 사업자에게는 운행을 하면서 쌓인 신뢰가 필요하다. 전시장에서 보여준 아이디어를 고객의 일상에서도 쓸모 있게 구현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본 게임은 이제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는 송 사장의 말에는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자신감과 앞으로 해내야 할 일의 무게가 함께 느껴졌다. 하노버에서 본 작은 붕어빵 트럭이 그 도전을 시작한 첫 발자국으로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PV5가 먼저 연 길을 후속모델인 PV7과 PV9이 넓히며 유럽 곳곳에서 변신하면서 생활에 접목된 다목적차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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