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천재들이 이끄는 AI 시대[딥 포인트]

김재현 논설위원
2026.09.29 04:00

올림피아드 수상자가 엘리트로 부상
미중 모두 수학천재가 AI 경쟁 주도
의대열풍에 리벨리온·두나무 또 나올까

플라톤의 '국가'에서 사회는 통치에 적합한 금(金)의 인간, 군인이 될 운명인 은(銀)의 인간, 그리고 농부가 되는 동(銅)의 인간으로 구성된다. 2400년이 지난 지금, 금의 인간을 가리는 기준은 수학 실력인지도 모른다. 지난 19일자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메달을 받은 천재들이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없는 엘리트 집단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바로 올림피아드맨(Olympiad Man)이다.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둘러싼 논쟁도 올림피아드맨이 주도한다. 지난 8일 "AI가 2030년이 되기 전에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퇴사한 제이컵 콕슨(27) 전 앤트로픽 연구원은 10대시절 영국팀으로 올림피아드 대회에 나가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AI 속도조절론을 주장한 다리오 아모데이(43)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도 물리올림피아드 미국 대표팀의 일원이었다.

AI 열풍이 불면서 올림피아드맨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2024년 구글은 1994년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만점을 받은 노암 샤지어를 데려오기 위해 27억달러를 썼다. 그는 최근 오픈AI로 자리를 옮겼다. 올림피아드맨의 부상은 이제 셰릴 샌드버그 메타 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아니라 알렉산더 왕(29) 메타 최고AI책임자(CAIO)가 메타를 대표하는 얼굴이 된 데서도 드러난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의 AI 에이전트 뮤즈를 개발한 알렉산더 왕은 2014년 물리올림피아드 미국 대표팀으로 참가했다.

미국과 글로벌 AI 선두 경쟁을 벌이는 중국은 올림피아드뿐 아니라 수학 천재들이 집결한 칭화대 컴퓨터공학과의 영향력도 크다. 양즈린(34)은 고등학교 때 중국 정보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받았으며 칭화대학교 컴퓨터학과를 수석 졸업했다. 이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교(CMU)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구글 브레인과 메타를 거쳐 중국에서 2023년 문샷AI를 창업했다. 지난 7월 문샷AI가 공개한 '키미K3'는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인텔리전스 지수(AAII)에서 57점을 받아 전체 3위를 차지했다.

탕제(49)는 2006년에서 칭화대 컴퓨터공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칭화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9년 칭화대 연구진과 함께 즈푸AI를 설립했다. 지난 6월 즈푸가 공개한 'GLM 5.2'는 뛰어난 코딩 실력으로 글로벌 AI 평가에서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가장 먼저 이름을 알린 딥시크의 량원펑(41)은 칭화대 출신은 아니지만, 역시 수학 천재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과목에서 뛰어난 성적을 받았으며 2002년 17살의 나이로 중국 명문대인 저장대 전자정보공학과에 입학했다. 딥시크는 최근 자금조달에서 기업가치 5000억위안(100조원)을 인정받았으며 연내 중국 커촹반 상장 절차를 가동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올림피아드 출신보다 과학고와 카이스트·서울대 출신의 수학 천재들이 눈에 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2020년 AI칩 업체 리벨리온을 설립한 박성현(42) 대표다. 박 대표는 경남과학고 출신으로 카이스트(KAIST) 전기·전자공학과를 수석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전기·컴퓨터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졸업 후 스페이스X, 모건스탠리에서 일한 뒤 창업에 나섰다.

송치형(47) 두나무 회장도 과학고를 거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송 회장은 2012년 두나무를 창업했으며 2014년 모바일 주식 서비스 '증권플러스'를 내놓았다. 두나무는 2017년 디지털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선보인 뒤 급성장했다. 이들은 예외적인 인물이다. 의대열풍이 강한 한국에서 수학천재가 미국이나 중국처럼 과감하게 창업에 나서기는 힘들다. 수학 천재들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수학 천재가 창업에 나서는 나라와 의대로 가는 나라의 격차도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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