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전세 종말이든 아니든

엄성원 건설부동산부장
2026.10.28 05:00

'전세→월세' 추세는 이미 예견된 일
문제는 속도…최근 월세화 더 빨라져
임대차 불안 잡으려면 공급부터

(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 2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아파트 거래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량은 8만7740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17만2027건)의 51.0%를 차지했다. 서울 아파트 월세 비중이 50%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정보. 2026.10.20/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최지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전세의 종말을 예견했다. 이 대통령은 "전세는 대한민국에만 있는 특이한 제도"라며 "조금씩 사라져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다시 소환됐다. 기자는 "전세는 사라져야 할 제도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도 같은 생각이십니까?"라고 물었고 대통령은 퉁을 놨다.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한 적은 없다는 것이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기자는 '전세의 미래'가 아닌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전세의 월세화'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물었을 테다.

대통령의 말처럼 전세는 사라져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 전국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8.4%에 달했다. 전년 동기의 61.4%에 비해 무려 7%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아파트의 월세 거래 비중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전세가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차 제도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학설에 따라 그 출발점은 차이가 있지만 전세가 우리 주거문화의 오랜 한 축임을 부인하는 사람도 없다.

전세가 보편화된 것은 1970~80년대다. 공업화와 도시화, 건설 붐 속에서 아파트가 본격 공급되던 시기다. 집은 많이 지었지만 집 살 돈은 부족하던 시기기도 하다. 당시 은행들은 정부 시책에 따라 기업대출에 치중했다. 가계대출 금리는 높을 대로 높았고 그 높은 금리에도 대출받기가 어려웠다. 이 시기 전세는 당장 주택 매수를 원하는 사람들은 물론 돈을 모아 집을 사겠다는 사람들에게도 단비같은 존재였다.

당시는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묻어만 둬도 돈이 되는 시기기도 했다. 당시 은행 예금이자는 두자릿수를 웃돌았고 대출이자는 그보다 높았다. 1997년 외환위기는 변곡점이 됐다. 국난에 비견되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금리를 내리고 소비자금융을 활성화했다. 금리는 한자릿수로 내려섰고 주택대출 문턱도 낮아졌다. 낮아진 금리와 대출 활성화로 전세가 사라질 것이란 말이 나왔지만 전세는 살아남았다. 오히려 전세가격은 뛰었고 정부는 정책적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주택금융공사의 탄생이다.

전세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도 위기를 맞았다. 집값 상승 기대가 현저히 꺾이며 집을 사길 꺼리길 분위기가 역력했던 시기다. 집값이 오를 기미가 없으니 집주인 입장에서도 묶이는 돈인 전세를 계속 유지할 매력이 줄어들었다.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었고 전셋값도 급등했다. 하지만 이 때도 전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초기 때도 분위기가 비슷했다. 하우스푸어란 말이 유행하던 시기이자 빚내서 집사라며 정부가 부동산 대출을 통한 주택 매수를 권장(?)하던 시기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전세 수요는 급증했다. 반대로 집주인들은 전세를 유지할 이유가 사라졌고 전세를 반전세를 넘어 월세로 돌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전세가 월세로 대체되는 것은 우리 임대차시장의 추세다. 다만 추세에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지금의 부동산시장을 흔히 트리플 강세라고 한다. 매매와 전세, 월세 가격이 함께 뛴다는 의미다. 집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들고 그 수요가 임대차시장으로 향한다면 전월세가 오르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처럼 집값이 오르고 공급마저 꽉 막힌 상황이라면 그 진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진폭에 휘둘리는 가장 약한 주거 고리를 보호하는 일이다. 전세가 사라지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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