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 APEC에서 다시 읽는 중국[MT시평/윤종석]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2026.10.28 04:00

개방·혁신·협력. 11월 18~19일 중국 선전(深圳)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우선과제다. '공동 번영'을 내건 이번 회의의 의미를 개최도시 선전의 역사와 현재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극적인 변화를 살피며 중국과 아시아·태평양의 미래를 가늠해 볼만하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의 발전은 '기적'에 가깝다. 개혁개방 이전, '파리, 모기, 굴이 세 가지 보물'이라던 변방의 농어촌은 오늘날 상주인구 약 1800만 명에 경제규모에서 홍콩마저 추월한 초대도시로 거듭났다.

한때 홍콩으로의 탈주가 이어지던 땅에서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 한 출발점에는 경제특구라는 '예외'가 있었다. 자본주의 홍콩과 맞닿은 지정학적 조건은 글로벌 자본과 기술, 경영 경험을 중국 내부의 토지·노동력과 연결했고, 중앙이 부여한 정책적 자율성은 새로운 제도를 시험할 여지를 만들었다. 토지사용권 경매와 노동계약제 등 과감한 실험 가운데 일부는 시행착오와 논쟁, 조정을 거치며 전국적인 제도 변화로 이어졌다. 2019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선행시범구'로 지정되며 중국의 미래를 앞서 구현할 역할이 더욱 강하게 부여됐다.

선전의 또다른 힘은 초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지 않고 조건이 바뀔 때마다 발전방향을 다시 모색해온 데 있다. 개혁개방이 전국으로 확산되며 특구의 상대적 이점이 줄어들고 2000년대 초반 '선전은 누구에게 버림받았나'라는 위기론이 불거지자, 산업고도화와 혁신을 심화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화창베이에서 축적된 기술자의 숙련, 시제품을 빠르게 구현하는 촘촘한 제조 생태계는 혁신의 자산이 됐다. 화웨이, 텐센트, 비야디(BYD), DJI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자라났고 이제 선전은 전기차와 드론산업의 발전을 거쳐 인공지능(AI) 하드웨어의 실험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발전을 떠받친 사람들에 대한 '포용'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선전은 '농민공의 도시'라 불릴 정도로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가 많은 '이민도시'다. 이주민의 노동과 숙련은 선전의 제조업과 혁신을 지탱했지만, 이들이 도시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제약이 컸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선전에 왔으면 선전사람'이란 구호 아래 정착과 사회보장의 기회는 넓어졌지만, 학력과 숙련, 고용과 주거의 안정성에 따라 권리와 혜택을 달리 누리는 선별적 포용의 성격도 남았다. 산업의 발전과 포용적 사회를 연결하는 일은 남겨진 과제다.

이번 APEC에서는 개방과 혁신이 공동 번영으로 이어질 조건을 살펴봐야 한다. 중국 안에서는 더 깊은 개혁과 혁신이 포용적인 제도와 어떻게 결합할지가 중요하다. 중국 밖에서는 중국과의 연결이 자국의 고용과 산업 역량, 혁신에 참여할 기회를 키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AI 기본사회'를, 시진핑 주석은 AI 격차 해소를 강조했다. 중소기업의 AI 활용과 노동자의 재교육을 함께 지원하는 협력이 그 실천이 될 수 있다. '인류운명공동체'를 내세우는 중국은 이러한 약속을 어떤 실천으로 이어갈 것인가. 그 변화의 방향을 선전에서 가늠해볼 때다.

윤종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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