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보안관 손성원 씨는 전동차 내 성추행·몰카·잡상인 등을 단속할 때마다 한 바탕 씨름을 한다. 사법권이 없다보니 강제로 단속할 방법이 없다. 전동차 내 치안과 질서를 맡고 있지만 권한이 없으니 취객이 대들며 폭행을 해도 맞거나 요령껏 피하는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손 씨는 "여성 승객을 몰래 찍는 성범죄자의 핸드폰을 확인하려 해도 '네가 뭔데 이러느냐'며 오히려 대들면 뺏을 수 있는 권한이나 방법이 없다"며 "성범죄자가 몰카 영상을 지운 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해 거꾸로 사과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 내 전동차와 역사를 돌며 성범죄·물품판매·취객 등을 막는 서울시 지하철 보안관들이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넘었지만 '사법권'이 없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내 치안·질서 유지를 위해 지하철보안관 제도를 지난 2011년 9월부터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행해왔다. 범죄단속 뿐 아니라 지하철 부상자 등 교통약자를 돕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시행 1년 만에 성범죄 106건, 잡상인 5만1886건, 노숙인 1475건 등을 단속하며 제법 실효성이 검증됐다.
현재 지하철 보안관의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49명으로 서울시는 오는 2018년까지 35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정작 지하철 보안관들은 단속 활동에서 최소한의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아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경찰의 경우 범죄 의심자 등이 단속에 반발하거나 폭행을 가할 경우 체포를 비롯해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지하철 보안관은 최소한 스스로를 지킬 자기방어권조차 없는 실정이다.
지하철보안관 3년차인 손씨는 "경찰관은 정 안되면 수갑이라도 채울 수 있지만, 보안관은 맞는 상황에서도 물리력 행사를 못 한다"며 "단속과정에서 지하철 승객들로부터 구타를 당하는 경우가 잦다"고 밝혔다. 이어, "권한을 휘두르려는게 아니라 덜 맞을 수 있는 방패를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은 없고 단속 책임만 주어지다보니 피로를 호소하며 퇴사하는 경우도 있다. 손 씨는 "폭행당한 경험이 있는 보안관들은 단속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다 보니 못 견디고 그만 두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반면, 지하철 내 경찰 인력만으로는 전동차와 역사 내 치안·질서 유지가 어려워 지하철보안관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도 지난 2012년 법무부에 지하철보안관에 사법권을 부여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8월 고희선 전 새누리당 의원과 지난 2013년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특히 코레일의 경우 철도특별사법경찰관에게 사법권이 있어 수사도 가능해 서울 지하철 보안관과 비교되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코레일은 철도안전법을 적용받아 보안요원이 사법권을 갖고 있다"며 "경찰 인력으로 지하철 치안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하철 보안관도 사법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