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1일 통합되면서 국내 최대 은행 'KEB하나은행'이 출범했다. 같은 날 서울시교육청은 하나학원이 운영하는 하나고의 입시 조작, 학교폭력 사건 은폐 등을 조사하기 위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나학원은 하나금융그룹이 설립한 학원법인이다.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이 설립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하나고 특혜의혹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입시 성적 조작, MB정부 고위 인사 자녀의 폭력사건 은폐 등을 알린 전경원(46) 교사를 만나 지난 7년간 교내에서 일어났던 일을 자세히 들었다. 전 교사는 하나고가 설립될 때부터 이 학교 국어 교사로 일했으며 하나고에서 입학전형위원, 대학입시지도 업무 등을 맡아왔다.
전 교사가 하나고 문제로 인권위를 찾은 것은 지난 3월쯤이다. 2013년에는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가정환경 조사서 양식에 대해 인권위에 제소를 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하나고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교원평가의 법적 근거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학교는 교육부 교원평가와 별도로 동료 교원들이 서로에게 등수를 매기는 교원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 연구부장을 맡았던 저는 제가 데리고 있던 교사 6명의 업무능력을 매우우수/우수/보통/미흡/평가불가 중 하나로 평가해야 했죠. 저는 이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 6명 교사에 대해 '평가불가'를 판정한 후 '각기 교사들의 재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사유를 써냈죠."
이를 본 교장은 전 교사를 불러 '경고장'을 건넸다. 전 교사는 경고장에 대해 항의하면서 그간 지켜본 학교의 문제를 함께 지적했다. 전 교사는 "이밖에도 학교 개교 이후 쭉 교장, 교감과 대화를 통해 학내의 해묵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잘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가 MB정부의 유력인사 아들이 저지른 학교폭력 사건을 학교가 은폐한 사건이다. 사건 당시 2학년이었던 해당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은 채 2012년 강남 모 일반고로 전학간 후 내로라는 서울 명문대로 진학했다. 규정 상 학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진상조사를 해야하지만 하나고는 학폭위를 개최하지 않았다.
학내에서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 전 교사는 하나고 자체 교원평가의 법적 근거, 각종 폭력사건 은폐 건 등의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지난 7월 전 교사가 제기한 교원평가에 대해서는 '기각'을, 폭력 사건 은폐 사항 등에 대해서는 소관부서가 아니라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전 교사는 "해당 사건에 대한 인권위의 회의는 단 한 번 열린 게 전부"라며 "인권위는 진정서 내용 확인을 위해 재단과 학교 측 인사 두 명과 면담했을 뿐, 나에게는 반론권조차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고는 전 교사가 인권위에 제소한 사실을 알고 전 교사에게 진정서 원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후 하나고는 공식적으로 자체조사위원회를 꾸려 전 교사를 조사했다. 또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은 자신의 집무실인 서울 모 호텔에 전 교사를 불러 협박과 회유를 반복했다.
"인권위 일로 김 이사장을 몇 번 독대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제가 학교를 인권위에 제소한 것이 학교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킨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MB 정부 고위층 인사의 학교폭력 사건을 언급하며 '처벌만이 능사냐'고 제게 되물었습니다. 저는 하나고에 있으면서 학생들의 작은 몸싸움도 징계하는 사례를 봐 왔습니다. '부모의 지위가 다르다고 처벌의 잣대도 달라선 안 된다'고 말씀드렸죠. 그랬더니 마지막 면담 때는 '학교를 조용히 떠나라', '재단은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못 견디게 해 주겠다', '여기서 징계하면 전 교사도 다른 학교 못 간다'며 사직을 권고했습니다."
전 교사는 지금도 하나고와 싸우고 있다. 인권위의 판정에 불복하는 행정심판소송을 제기한 것. 이런 전 교사에 대해 하나고는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전 교사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시의회 하나고 특위 직전 열린 하나학원 이사회에서는 저를 '선(先) 직위해제' 하기 위한 징계위원회 소집 건이 논의됐다고 합니다. 앞으로 제 자리가 어떻게 될 지 모를 일입니다. 제가 이렇게 궂은 일을 자처하는 이유는 개교시절부터 몸담았던 하나고를 무척 아끼기 때문입니다. 전 하나고 교가도 작사한 사람이에요. 권력자의 자녀는 처벌받지 않고,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무시되는 이런 사회를 제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습니다."
한편 전 교사의 주장에 대해 김승유 이사장은 "본인은 학사에 관여하지 못하므로 전 교사가 말하는 맥락으로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나고 측 관계자는 "김 이사장과 전 교사가 학교 등지에서 면담을 했던 것은 사실이나, 독대를 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