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역사교과서 대표집필자로 초빙된 최몽룡(69·고고미술사학과) 서울대 명예교수는 4일 자택에서 만난 머니투데이 취재진에게 "나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학자이며 식민사관에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또 "물건 하나를 사도 국가에서 만드는 것은 믿을만하지 않느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서 정확히 만들어지는 국사 교과서를 믿어달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두 명의 국정 교과서 대표 집필진 중 한 명이다. 최 교수가 교과서 집필 제의를 받은 것은 확정고시가 이뤄지기 직전인 지난 달 말 경이다. 최 교수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내 제자를 통해 집필 의사를 간접적으로 물어왔고 흔쾌히 허락했다"고 말했다. 다만, 제안 받은 직책이 대표집필자 신분인지는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내가 대표집필자인지 전혀 몰랐다"며 "오늘 기자회견 역시 김 위원장 뒤에서 사진 찍고 배경 정도로 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집필 제의를 받으면서 교과서 원고료도 올려받을 것을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 1980년대에 교과서를 집필할 때는 원고료가 1장 당 50원밖에 되지 않았다. 다른 연구 못 했으면 굶어 죽었을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고 국편 측으로부터 원고료를 올릴 것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최근의 여론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했다. 서울대 교수 등 후배 사학자들의 집필 거부 선언에 대해서는 "의사를 존중한다"면서도 "그 분들은 한 번도 교과서를 써본 적이 없는 분이다. 애초에 부탁이 갈 일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오전 있었던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위원장과 기자회견에 갑작스럽게 불참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비 오면 노모가 밖에 산책 나가는 것만 봐도 아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제자들이 내가 다칠까봐 만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교과서 집필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전날(3일)부터 제자 등 40명이 전화가 왔으며 3분의 2 정도가 반대하더라"며 "결정적으로 내 제자인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가 집에 찾아와서 만류하는 바람에 회견장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지난달 정부의 국정화 방침이 발표된 직후 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반대에도 집필에 대한 뜻은 꺾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5~7차 과정의 역사 국정 교과서를 쭉 집필해 온 만큼 국사 교과서에 대한 애정이 많다"며 "집필을 결심할 때도 망설이지 않았고, 반대가 부담스러웠다면 맡겠다고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현행 검정교과서에 대한 문제점으로는 집필자의 권위 문제를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전 국정 교과서는 누구나 인정할만한 권위가 있는 사람들이 썼다고 하는데 반해 현행 교과서의 집필자는 대부분 고등학교 선생님이다. 이를 믿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이 같은 일이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같다"며 "국사 교과서를 그런 식으로 맡길 수 있냐"고 강변했다.
짧은 교과서 집필 기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충분하다. 이미 머릿속에 모든 내용이 정리돼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교수는 "1986년 당시 국사편찬위원장이었던 변태섭 교수로부터 교과서 집필 제의를 받았을 때 '내 글에 대해서 한 글자도 고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며 "내가 7차 교육과정까지 참석하는 동안 이 원칙은 철저히 지켜졌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정 교과서의 상고사 부문 집필을 맡게 된다. 그는 "동북공정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내 임무"라며 해당 부분의 내용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최 교수는 마지막으로 "나는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학자이며 사대성, 반대성, 타율성을 놓고 따지는 식민 사관에 반대한다"며 "최근 발굴된 새로운 사료, 새로운 해석을 최대한 국정 교과서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 역사는 사실에 따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