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생명 살리는 119구급차, '중고타이어' 끼고 달렸다

남형도 기자
2016.02.22 03:55

서울 소방서들, 구급차·펌프차·고가차 등 마모시 새 부품 아닌 '중고부품'으로 교환, 사고위험↑…"예산 압박 심하다" 호소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에서 119 소방대원이 방역복을 착용한 채 구급차에 올라 있다./사진=뉴스1

서울 일선 소방서가 119구급차의 마모된 타이어를 새 부품이 아닌 '중고부품'으로 교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구급차 뿐 아니라 고가차·펌프차 등 화재진압에 필요한 주요 장비들의 노후 부품을 '중고부품'으로 바꾼 사례도 추가 확인됐다.

22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와 일선 소방서들에 따르면 은평소방서는 지난 2014년 1월 노후로 교체가 필요한 119 벤츠구급차의 타이어를 새 타이어가 아닌 중고타이어로 교환했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때 처음 드러났다. 당시 이종필 새누리당 의원이 "구급차의 타이어를 왜 중고로 교환했냐"고 지적하자 은평소방서장은 "벤츠구급차가 용도 폐기되는 상황에서 타이어 상태가 양호해 2소대 차량과 맞교환 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이원이 "구급차는 타이어가 생명인데 중고 타이어는 미끄럼도 많이 탄다. 그런데 중고를 끼면 되느냐"고 하자 은평소방서장은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이후 시 소방재난본부는 구급차 140대 중 19대의 타이어를 신품으로 교환하고 향후 재발 방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은평소방서 외에도 119구급차 타이어를 중고품으로 교체한 곳이 추가로 드러났다. 구급차 뿐 아니라 화재진압을 하는 펌프차와 고가차도 노후부품을 신제품이 아닌 중고품으로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동작소방서는 2014년 11월 주행거리 8만1000km인 벤츠구급차의 앞 타이어 2개를 중고부품으로 교환했다. 동작소방서 관계자는 "사용연수가 지난 구급차의 타이어가 쓸만해서 마모가 심한 다른 타이어와 교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부소방서는 지난해 12월 출동 후 돌아오다 고장난 펌프차의 앞 타이어 2개를 중고품으로 갈아끼웠다.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10년 넘게 탄 펌프차를 곧 새 펌프차로 바꿀 예정이어서 새 타이어를 교환하면 낭비라 중고품으로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서소방서의 경우 지난해 2월 소방 고가차의 타이어 휠 8개를 중고품으로 교환했다.

일선 소방서 관계자들은 벤츠구급차·펌프차·고가차 등 소방장비가 고가여서 수리비용이 많이 들지만 예산이 넉넉치 않아 중고품으로 교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한 소방서의 관계자는 "소방차는 특장차량이라 한 번 문제를 일으키면 수리비가 많이 든다"며 "예산이 넉넉치 않아 사용하지 않는 차량의 쓸만한 부품을 빼서 교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방 전문가들은 구급차·펌프차 등이 긴급차량이어서 일반차량 대비 고장이 많은데 중고품을 사용하는 것은 사고 위험을 키우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구급차는 빨리 달릴 수 밖에 없어 타이어 펑크나 마모, 고장이 잦은데 새 타이어보다 위험성이 높은 중고타이어를 쓰는 것은 상당히 큰 문제"라며 "예산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서울이 이렇다면 다른 지자체 상황은 더 열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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