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손잡고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SIFC)를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조성하는 사업의 시행자로 나섰던 AIG가 목표 달성에 실패했음에도 1조원 이상 차익을 챙겨 떠나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서울시의회 서울국제금융센터(SIFC) 특혜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최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특위는 지난해 12월21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6개월 간 'AIG 먹튀' 논란과 SIFC 계약 과정의 불법·비리 등을 조사하고 해법을 마련하려 했지만 서울시가 처음부터 AIG와 부실한 계약을 맺어 아무것도 강제할 수 없다는 허무한 결론 만을 도출했다.
서울시가 AIG와 99년에 달하는 임대 기간 보장, 저렴한 임대조건, 부대사업권 보장 등 다수 특혜를 제공한 반면 금융중심지 활성화란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의무는 하나도 담지 못한 불합리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결국 AIG가 금융 중심시 조성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막대한 차익만 거두고 떠나는 것에 대해 어떠한 법적 제재나 수단도 강구할 수 없게 됐다.
AIG는 올해 초 10년 유지제한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SIFC 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부동산투자업계는 SIFC 매각가를 3조원 가량으로 추산한다. AIG가 SIFC에 투자한 비용은 1조5140억원으로, 10년 만에 1조5000억 원의 막대한 차익을 챙기게 되는 셈이다. 특위에 따르면 AIG 투자 비용 중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은 4540억원에 불과했고, 1조600억원을 국내에서 차입했다. 대부분의 자금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막대한 수익만 챙겨가는 셈이다.
당초 합작투자를 고려하던 서울시는 정작 AIG와 부지임대 계약을 맺는 바람에 매각 차익 배분 요구도 할 수 없고, 매각 과정에도 관여할 수 없다. 서울시는 계약서에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 조항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지만, AIG측에서 "이는 AIG만의 노력이 아닌 한국 금융산업 환경과 경쟁력의 결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반대했다. 계약서에는 결국 'AIG는 동북아시아의 지역 금융 허브가 되고자 하는 서울시 노력을 제고한다'란 조항만 명시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는 후속 매수인에게도 금융중심지 조성 의무를 강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SIFC 매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미국 사모펀드(PEF) 블랙스톤, 중국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 미국 자산운용사 브룩필드,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사 아센다스 등은 모두 금융 조성지 조성과 거리가 먼 투자회사들이다.
특위도 보고서에 "SIFC 운영에 대해 서울시가 개입할 권한이 전무하다"며 "AIG가 SIFC 매각에 따른 이익을 독점하고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기관이 매수인으로 선정될 경우 서울시 금융중심지 정책은 사실상 실패"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속 매수인에 임대료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외국계 금융기관 유치 등 금융중심지 활성화 의무사항을 규정할 수 있도록 협상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해법만 제시하는데 그쳤다.
특위는 조사과정에서도 불법을 발견하지 못했고, 기본계약(BCA)에 서울시의회 승인을 받지 않은 흠결이 일부 있다는 점만 발견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료 이외 SIFC의 매각으로 발생한 차익에 대해 서울시에서 환수하는 것은 계약상 포함돼 있지 않다"며 "AIG측과 협의를 시도해 SIFC를 금융중심지로 조성할 수 있는 후속 매수인이 선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