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프라임으로 사망, 故 이화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4월5일 이화여대 정문 앞에 근조 화환 수십 개가 배달됐다. 이화여대가 교육부 프라임(PRIME·산업연계교육활성화) 사업에 지원하기로 하자 학생과 졸업생 일동이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설치한 화환이다. 비슷한 시기인 3월, 성신여대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측의 일방적 학사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학과 장례식'을 열었다. 이들은 구조조정으로 사라질 단과대학의 영정 앞에서 절을 했다. 인하대에선 학생들이 단식과 릴레이 1만배 행사를 벌였고 숭실대에선 학생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이어졌다. 국민대에선 총장실 점거 농성이 벌어졌다.
대학생들이 이처럼 한꺼번에 학교 정책에 반대해 들고 일어난 것은 학생운동이 약화된 2000년대 들어 처음있는 일이다. 교육부의 프라임사업이 그 단초가 됐다. 프라임사업은 교육부가 공학계열 인원을 늘린 대학에 20여개 대학에 2000억원을 지원하는 장기적 사업이다. 프라임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뛰어든 대학의 학생들은 구성원 동의 없이 이뤄진 학과 통폐합 계획에 분노했다.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은 올 여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화여대 학생들이 본관 점거까지 해가면서 반대한 교육부 평생교육단과대학 사업에 대해 다른 대학 학생과 교수들이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사업의 성격은 다르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프라임사업 때와 동일하다. 학생들은 "구성원 의견을 무시하면서까지 대학재정지원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비민주적, 비교육적 처사"라는 것이다. 교수들은 "교육부가 재정지원사업을 빌미로 대학을 망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 대학재정지원 규모 4조원…국가보조금 영향력↑
현재 교육부가 운영하고 있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은 크게 8가지다. 구체적으로는 △BK21플러스 △CK(대학특성화)/SCK(특성화 전문대학 육성) △PRIME(산업연계교육활성화) △CORE(인문역량강화) △평생교육단과대학 △여성공학인재양성 △LINC(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 전문대 LINC △ACE(학부교육선도대학육성) 등이다. 이들 사업에 드는 돈은 총 1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이들 목적사업 지원금에 국가장학금까지 합하면 전국 사립대학이 받은 국가보조금은 4조6791억원(2014년 기준)에 달한다. 국고보조금이 대학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꽤 높은 편이다. 포항공대는 수입총액 대비 국고보조금의 비율이 30.8%에 달하며 한양대(29.2%), 성균관대(25.8%), 영남대(23.7%) 등도 국고보조금 비율이 높았다.
문제는 이처럼 정부 지원금에 대한 의존율이 높아지며 교육부가 대학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총 예산이 2000억원인 프라임 사업으로 대규모 대학 정원 조정을 이끌어냈다. 이밖에도 등록금 동결·인하, 총장 직선제 폐지, 졸업생 취업률 제고 등 정책 사안을 재정 지원을 매개로 관철시켜 왔다.
부작용도 나타났다. 예컨대 교육부는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로 전환한 학교에 한해 재정지원사업 신청 시 가점을 주는 식으로 제도 개선을 유도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부산대의 한 교수는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천편일률적인 재정사업 평가로 대학 특성이 없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이공계열 인원을 늘리는 프라임 사업과 인문학을 강화하는 코어(CORE) 사업을 동시에 따냈다. 예산 사업 때문에 인문학과 공학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이화여대가 되레 특성없는 대학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 "경쟁적 재정사업, 학생 수 기반한 일반 지원으로 전환돼야"
교육계에서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의 방식이나 평가지표에 변화를 줘야한다고 주장한다. 사업마다 비슷한 평가지표 때문에 대학의 특성은 사라지고 지원금은 편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대학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를 분석해보면 사업별 목적이 다른데도 평가지표가 80% 이상 유사하기 때문에 선정된 주요 대학이 다른 사업에도 계속 선정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소재 대학생 1인당 국고 지원금이 337만원으로 비수도권 광역시 소재 대학생 1인당 121만원에 비해 2.8배의 금액 차이가 나게되는데 이는 세금 지원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경쟁적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성격이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사업에 선정된 일부 대학에만 지원금을 몰아주는 경쟁적 체제 대신 학생수에 기반한 일반지원금 체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지난 2004년 이후 정부가 대학재정지원 정책 기조를, 특정사업에 선정된 학교에만 지원금을 주는 특수목적사업으로 전환했다"며 "등록금 동결·인하로 대학 운영이 어려워지자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재정지원사업에 뛰어들며 구성원 의견 수렴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는 정부가 학생 수에 기반하는 일반지원사업 비중을 늘리고 이와 함께 재정투명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이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