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탓"…적립금 수억 쌓아놓고 재정난 호소하는 대학

최민지 기자
2016.08.17 10:00

[말 많은 재정지원사업 해법은]② "사학의 예산낭비 예방하기 위한 정보 공개 필요"

14일째 본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ECC관 앞에서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사립대학들이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표면적 이유는 재정난이다. 정부가 등록금 동결정책을 펴면서 교육환경 개선 등에 쓸 재원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립대학 재단적립금이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한다는 통계와는 먼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현 재정지원사업의 개정과 함께 사립대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 대학 "등록금 동결 때문에 재정 어려워"

교육부가 본격적으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에 제동을 건 것은 지난 2011년이다. 당시 고등교육법이 개정되며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년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생겼다.(11조 7항) 여기에 교육부가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하는 대학에만 국가장학금을 주겠다고 조건을 걸자 대부분 대학들이 정책 동조에 나섰다.

교육부에 따르면 사립대의 전년대비 등록금 인상률은 △ 2012학년도 -3.9% △ 2013학년도 -0.45% △ 2014학년도 -0.31% △ 2015학년도 0.05%로 낮아졌다. 대부분 등록금을 인하하거나 동결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국내 대학으로서는 등록금 인하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4년제 사립대학의 수입총액 대비 등록금 의존율은 54.7%로 절반이 넘었다. 운영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을 살펴보면 2014년 운영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은 63.2%에 달한다. 전체 운영수입의 3분의 2가량을 등록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사립대학의 모 기획처장은 "등록금 동결이 재정난으로 직결된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도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건물을 짓는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일들이 많은데 학령인구는 줄고 등록금은 동결되면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사립대학의 한 교수는 "학교에서 단과대학 건물을 신축할 돈을 기부하라고 해서 고민 끝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며 "기업의 기부가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몰리면서 인지도가 낮은 대학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에 더 절실히 매달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귀띔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4월 '체감 할 수 없는 정부의 반값등록금 완성 주장, 반박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하고 있다. /사회=뉴스1

◇ "쌓인 적립금, 투명한 공개·감사 이뤄져야"

하지만 막상 사립대학의 적립금 규모를 보면 '재정난'과는 거리가 먼 것을 알 수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학의 교비회계 적립금은 2010년 7조 6677억원에서 2014년 8조1872억원으로 5196억원 증가했다. 특히 같은 기간 적립금 증가액은 △ 홍익대 1406억원 △ 성균관대 1124억원 △ 고려대 871억원 △ 이화여대 751억원 △ 연세대 698억원 △ 건국대 599억원 △ 수원대 515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일각에선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수입 등을 학생들에게 쓰는 대신 모자란 적립금을 채우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한다. 교육계에서는 사립대학이 재정난을 운운하기 전에 먼저 투명한 회계 정보공개 등으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진후 전 국회의원에 따르면 국내 사립대학(2년제+4년제) 중 44.5%인 125개교가 1979년부터 2014년까지 단 한번도 종합감사를 받지 않았다.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사립대는 연세대, 고려대, 가톨릭대, 경희대, 명지대, 서강대, 홍익대 등 주요대학이 다수 포함됐다. 회계 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도 85개교에 달했다. 여기에는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 수도권의 대규모 대학이 포함돼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사립대 재정지원사업을 개편하기 위해서는 사립대 개혁 정책도 병행 추진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사학법인의 독단적인 대학 운영 아래에서는 부정비리와 예산 낭비를 예방하기 어려운만큼 대학 구성원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구조 확립과 합리적인 재정 운영을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