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피하자"… 대학법인 이사 '구인난'

이미호 기자
2016.09.21 15:42

"회사에 피해주고 싶지 않아"… 겸직 대기업 임원 '사퇴 러시'

/그림제공=국민권익위원회

# A주식회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모씨는 요즘 큰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맡고 있는 모교 법인 이사직을 그만둬야 할지 말지 수일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사직을 유지하면 당장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동안 모교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왔다"면서 "하지만 회사의 대표이사도 맡고 있기 때문에 굳이 송사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청탁금지법 시행 여파로 각 대학 법인들이 '이사직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 임원을 겸하고 있는 대학법인 이사들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줄줄이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요 대학법인 이사들이 사퇴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의 대학법인 이사들은 대기업 임원직을 겸하고 있어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이 되는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C대학법인 이사는 임기만료가 1년 이상 남았는데도 최근 법인에 사퇴의사를 전달했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되면 행동 하나하나 법 위반 여부를 따져야 하는 등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 굳이 득 될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솔직히 청탁금지법 대상이 되면 피곤해질 일이 많지 않겠냐. 회사 대표이사직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른 대학법인 이사장과 이사 및 감사 등 이사진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다. 이사는 일반 이사와 교육이사(개방형 이사)로 나뉘지만 선발 방식에만 차이가 있을 뿐 권한은 같다. 이 가운데 일반 이사는 대부분 대기업 임원 출신이다. 주로 모교의 부탁을 받고 이사직을 수락한 경우가 많다. 대부분 무보수로 일한다.

대학법인측에서는 이른바 '임원 모시기'가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학법인 한 관계자는 "이사를 뽑을 때 동문들에게 주로 부탁을 하는데 청탁금지법 때문에 기피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우리 학교의 경우, 이사들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았지만 자진사퇴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대학법인 이사를 선발할 때는 이사회를 열지만 자진사퇴 땐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다.

대학법인 이사들의 '사퇴 러시'는 지방대학이 더 심각하다.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모교 프라이드'가 떨어지는데다 이사직 수행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는 등 이사직을 유지하면 득 보다는 실이 많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학법인 이사의 경우 '이중적 지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권익위 관계자는 "기업 임원은 이른바 '민간인'에 해당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5조 부정청탁법 등에 위반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법에 저촉될 일이 없다"면서 "하지만 대학법인 이사는 직함 자체가 법 적용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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