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10년전 대선 판박이 '교육부 폐지론'

세종=문영재 기자
2017.02.08 04:50
[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우리가 보는 세상]]

“창의 교육을 막는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재편하겠습니다.”

조기 대선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유력 대선 후보 사이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말이다. ‘교육부 폐지론’은 탄핵·특검 정국을 불러온 ‘최순실 사태’에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부정 입학과 학사관리 특혜 논란이 국민적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낡은 교육시스템을 대체할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표심을 자극하는 이번 폐지론 주장은 과거처럼 ‘1회성 정략적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단 문제가 있는 것부터 폐지·해체하고 보자는 공약들은 대선 때마다 등장한 단골메뉴다.

정치권 시계를 딱 10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07년 대선에선 이명박·정동영·박근혜·손학규 등 굵직한 주자들이 주목을 끌며 경합을 벌였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경직된 교육부를 해체하고 해당 예산을 정책재원으로 쓰겠다”거나 “초중등 교육은 시도교육청에서, 대학은 고등교육청에서 관장하고 교육부는 발전적으로 해체하는 게 맞다”는 등의 주장을 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2017년 대선 주자들의 교육공약은 10년 전과 많이 닮아 있다.

물론 폐지론이나 해체론이 나오기까지 그 책임은 1차적으로 해당 부처에 있다. 과거 한국전쟁과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교육은 든든한 버팀목이었지만, 한 해 약 60조원을 굴리는 교육부의 뿌리 깊은 관료주의와 국민교육을 핑계로 일선 학교 현장 깊숙이 파고든 규제·간섭 등 권위적 교육 행정은 일반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정치권의 눈치나 살피며 좌고우면하는 졸속행정도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교육부의 스스로의 각성과 개혁이 필요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현재 회자되는 교육부 폐지론은 지나치게 정략적이라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교육의 본질과 10년 뒤, 30년 뒤 미래에 대한 새로운 장기 비전은 쏙 빠지고 조직 해체만이 능사인 양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폐지론 주장에 앞서 교육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과 해법이 아쉽다. 대선 주자들이 모두 4차 산업혁명·융복합 시대를 강조하고 있듯 교육도 그 자체로 볼 게 아니라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장래인구 추계를 비롯해 학업·취업 등과 연계한 보다 넓고 깊은 입체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우리 교육은 물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그 곳에서 빠져 나오기만을 팔짱 끼고 보고 있는 안타까운 형국에 처해 있다. 기억과 학습을 어렵게 만들고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왜 기억과 학습을 제대로 못하는지 다그치는 것은 모순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앞으로 10년 뒤에도, 30년 뒤에도 ‘교육부 폐지론’이나 ‘교육 개혁’ 등의 공허한 구호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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