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사관 바꿔 달라" 묵살…'154억 고소' 무혐의 종결 논란(종합)

뉴스1 제공
2021.04.27 11:22

수사관 기피 신청 사실 알고도 하루 만에 수사 마무리
절차 진행 과정서 감사·수사부서 모두 수사규칙 어겨

© News1 DB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100억원대 고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수차례 수사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사건을 무혐의 종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광주 북부경찰서와 고소인 등에 따르면 A씨(54)는 지난해 12월 10일 회삿돈 7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모 건설사 전 대표이사 B씨(65)를 광주 북부경찰서에 고소했다.

A씨는 광주 북구에 사는 B씨가 울산의 한 사찰 대지를 매입해 아파트를 짓는다는 소식을 듣고 연대보증을 섰다가 154억원의 채권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며 수사를 요청했다.

B씨는 개인명의로 회삿돈 70억원을 유용해 은행에 있는 154억원의 채권을 양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 접수 후 B씨의 처벌을 기대했으나 4개월간 수사에는 진척이 없었다.

보직 변경으로 한 차례 수사 담당자가 바뀌면서 시간이 지체됐고 지난 2월 26일 새로운 수사관으로 C경찰관이 배정됐다.

하지만 A씨는 경찰로부터 "고소를 늦게 했다. 어차피 검찰에 넘어가도 공소시효가 4월 8일로 만료돼 처벌이 어렵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 공소시효일은 5월 8일까지였고 당시 시점으로는 2개월이 넘게 남은 상황이었다.

A씨는 공소시효 날짜도 거짓으로 말한 수사관을 믿을 수 없었고 수사에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수사관 기피 신청을 했다.

그러자 경찰은 사건을 다른 팀이 아닌 같은 팀의 D팀장에게 배당했다.

경찰 내부 지침에 따르면 수사관 기피 신청을 수용할 경우 수사 공정성을 위해 다른 팀에 사건을 배당해야 한다.

경찰청 수사심사정책담당관실은 "공정한 수사를 위해 내부 규정에 따라 다른 팀에 사건을 배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마 담당 실무자가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새롭게 사건을 맡은 D팀장 역시 A씨에게 "피고소인에게 가서 사정해봐라"며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다른 팀에 사건을 배정해달라며 수사관 기피 신청을 한 차례 더 제기했다.

문제는 A씨가 지난 13일 오전 수사관 기피 신청서를 발송했고 오후에 담당 수사관이 기피 신청 사실을 인지했지만, 다음날인 14일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불송치 결정은 검경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생긴 경찰의 권한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고 경찰이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11조 9항에 따르면 기피 신청 접수일부터 수용 여부 결정일까지 해당 사건의 수사는 중지된다. 즉 수사관의 권한 역시 중지돼 어떤 수사도 진행할 수 없다.

하지만 경찰은 다음날 이 고소사건을 자체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이 과정에서 수사관 기피 신청 사실을 즉시 통보해야 하는 감사부서도 규칙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수사규칙 제10조에 따라 감사부서장은 즉시 수사부서장에게 기피 신청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이 돼서야 담당 부서에 기피 신청서가 전달됐다.

감사부서 관계자는 "13일에 서류가 접수됐고 내부 문서를 정리하면서 다음날 오전에 기피신청서를 수사부서에 전달했다"며 "즉시 통보가 원칙이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즉 수사부서 담당 수사관이 수사관 기피 신청 사실을 인지했지만 정식 문서가 전달되기 전 사건을 종결해 버린 것이다. 이 역시 규칙에 어긋나는 절차이다.

D팀장은 "팀원이 공소시효 날짜를 잘못 계산하는 실수로 수사관 기피 신청 대상이 됐고 팀장인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사건을 가져왔다"며 "고소인도 동의한 부분이고 다른 팀에 배당한다는 지침이 있는지 몰랐다.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

수사관 기피 신청 이후 사건을 종결한 것에 대해서는 "이미 사건을 종결하려고 서류 작성을 다 마쳐놓은 상태였다. 기피 신청을 한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진행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