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자갈치시장 한복판 웬 청년센터?…"비린내에 파리만 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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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8 07:34

지역 청년들 "접근성·연계성 떨어져 안 가고 싶어"
부산시 "지하철 가까워 이용에 편할 것 같아 선정"

(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7일 오후 부산청년센터가 이용하는 청년이 없어 텅 비어 있다.2021.6.7 /© 뉴스1 백창훈 기자

(부산=뉴스1) 백창훈 기자 = "1시간가량 청년센터를 이용했는데, 수산물 때문에 파리가 많아 20마리나 잡았어요. 왜 이런 곳에 위치해 있는지 이해 안 가요."

지역 청년 윤모씨는 청년센터를 방문한 후 큰 불편을 느끼고 이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취업에 지친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산청년센터가 수산물 시장 한 가운데 위치한 탓에 동네 골방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올해 4월 개관한 이곳을 7일 뉴스1 취재진이 방문했지만 이용하는 청년은 하루 한두 명에 불과했다.

이날 오후 2시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 건물 3, 4층에 들어선 부산청년센터. 아랫층에 시장이 있어 센터로 향하는 복도에서부터 생선 비린내가 진동했다.

또 시장 유동인구 연령층 대부분이 60~70대 어르신으로 형성돼 인근에서 20대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센터 입구에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발열 체크기와 출입 명부가 마련됐지만, 관리하는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발열 체크기 전원은 꺼져 있었고, 출입 명부는 이날 온 청년이 없는지 깨끗했다. 지난 며칠간의 기록을 확인해봐도 하루에 한 명꼴로 출입한 흔적만 남아 있었다.

센터로 들어서자 좌석 80여개와 청년들이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인 아카이빙라운지가 마련돼 있었다. 다만 이용하는 청년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아 휑했다.

안쪽에는 커피포트, 가스레인지, 밥솥, 식기세척기 등 각종 집기류가 구비된 공유 주방이 있었지만 사용한 흔적이 없어 새것 그대로였다.

7일 오후 부산청년센터 내 공유 주방이 사용된 흔적이 없어 깨끗하다. 2021.6.7 /© 뉴스1 백창훈 기자

계단을 이용해 올라간 4층 역시 이용객 흔적이 없어 한쪽에 자리잡은 공기청정기만이 굉음을 내며 적막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부산청년센터는 지난해 부산시가 행정안전부 공모 사업에 선정, 특별교부세 5억을 들여 자갈치 시장 내 비어있던 총 규모 838.41㎡ 공간을 리모델링해 올해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역 청년들은 홍보 부족과 20~30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에 센터가 들어선 탓에 아예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중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박모씨(22)는 "관내 청년센터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하지만 하필 위치가 자갈치시장이라 딱히 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구에 사는 조모씨(29)는 "청년이 자갈치 시장에 갈 일이 뭐가 있겠냐"며 "부산시가 청년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위치를 선정했었으면 좋았겠다"고 속상해했다.

전문가들 역시 기존 청년센터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부산청년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수산물 시장 내 청년센터가 자리잡은 것도 문제지만, 센터 주위에 노래방과 찜질방도 있다"며 "도저히 청년을 위한 공간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두드림센터처럼 예산을 더 들여서라도 청년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들어섰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에 부산시는 "청년센터 부지를 선정할 때 자갈치 시장 건물이 시가 소유한 건물이기도 했고, 지하철 등과도 가까워 청년들이 이용하기에 편할 것 같아 최종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개관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청년들을 유치하기 위한 특별한 계획은 없으나 추후 사업을 더 발굴해 청년이 찾아오는 청년센터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7일 오후 부산청년센터 방명록이 휑하다. 2021.6..7/© 뉴스1 백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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