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장애인, 유공자 등의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공익서비스비용(PSO·Public Service Obligation)이다. 무임승차제도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작된 정책으로 한번은 전국적인 통일된 기준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서울교통공사 적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PSO 비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 시장의 발언처럼 관련 법규에 따라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가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을 보고 있다. 전체 무임승차 승객의 80% 가까이가 노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하철 무임수송 손실 비용은 최근 5년간 3조원을 육박하는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서울 등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은 지하철 무임승차 정책은 노인복지법 등에 따른 국가 정책인 만큼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무임손실 비용을 더이상 지하철 재정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13일 서울 등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간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금액은 평균 5542억원에 달한다. 무임승차 손실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5366억원이던 무임승차 손실액은 2017년 5758억원, 2018년 5896억원, 2019년 6230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4458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따른 대중교통 이용 감소, 재택근무 증가 등의 변화로 지난해 지하철 수요가 30%가량 감소한 가운데서도 무임승차 손실은 컸다.
이 중 서울교통공사(1~8호선)가 264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교통공사(1045억원), 대구도시철도공사 (416억원), 인천교통공사(213억원), 대전도시철도공사(78억원), 광주도시철도공사(6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무임승차 손실 비중이 적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이 지난해 기록한 당기순손실은 1조8235억원이다. 이 중 24.5%(4458억원)가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였다. 한 지하철 운영기관 관계자는 "운영기관들의 재정 내에서 무임손실 비용은 당기순손실 대비 상당한 규모"라면서 "무임손실 비용을 운영기관이 모두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형평성 문제도 나온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도시철도뿐 아니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구간도 있다. 이 구간 역시 노인과 장애인, 유공자는 무료다. 역시 손실이 발생한다. 코레일 구간에 대해서는 정부가 무임승차 손실분을 보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코레일 수도권 구간 무임승차 손실분에 대해 정부는 국고로 1679억원을 지원했다.
지하철 무임승차는 1980년 만 70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하철 요금 50%를 할인해주면서 시작됐다. 1984년 5월 23일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시로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100% 요금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도입됐다.
전 전 대통령은 "노인복지 향상과 경로사상을 높이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들에겐 지하철 운임을 면제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 지시 때문이다. 이후 장애인, 국가유공자로 대상이 확대됐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은 65세 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사회를 고령사회로 구분한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내국인 인구 5013만3000명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820만6000명으로 16.4%를 차지했다. 1년 전 15.5%보다 0.9%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고령 인구 비율이 16%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른 지하철 운영기관 관계자는 "고령 노인의 지하철 무임승차자 급증은 '불 보듯' 뻔하다"면서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에 따른 과다한 의무지출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도시철도 안전 투자를 지원할 여력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시철도 운영기관을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에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한 재정 지원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무임승차 손실 보전방안을 담은 도시철도법 개정안은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오 시장은 지난 6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지하철 무임수송에 따른 서울교통공사의 손실분에 대한 국비 보전이 필요하다는 데에도 공감대를 모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만성적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해소해야 한다. 무임승차 인원 증가에 따른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만성적자는 결국 지하철 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한다. 서울 지하철(1250원) 요금은 지난 2015년 인상된 이후 6년째 변동이 없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는 승객 한 명을 태우는 데 약 2061원의 돈을 썼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승객 1명당 770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지하철 요금인상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내년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 등 정치·사회적 이벤트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무임수송 관련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면서 "도시철도법 개정을 통한 책임 주체 명확화와 정부에 대한 국비 지원 요청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