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거는 기대

구경민 기자
2022.07.15 05:03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지난 12일 시행됐다. 디폴트옵션 도입을 위해 논의가 진행된지 8년만이다.

디폴트옵션은 1~2%대에 그치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지난 11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수익률은 2.00%로 집계됐다. 최근 5년과 10년으로 기간을 넓혀도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1.96%, 2.39%를 기록하며 2% 안팎에 그친다. 이는 지난해 물가상승률(2.5%)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해외 선진국가들은 이미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7~8%대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매년 6~8%의 수익을 거둬 미국처럼 '연금 백만장자'가 탄생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디폴트옵션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 사업자(금융기관)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퇴직연금 사업자 스스로 관련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상품도 개선해 공급해야 한다. 가입자를 위해 퇴직연금을 어떻게 잘 관리해 줄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디폴트옵션에 적합한 상품으로 꼽히는 TDF(타깃데이트펀드)에 대한 독자적인 상품개발도 요구된다. 현재 독자적으로 TDF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는 운용사는 2곳 정도에 그친다. 대부분 해외 TDF를 그대로 복사해 외국 주식투자 비중이 높은 점도 문제다. 주식, 채권 뿐 아니라 인프라나 부동산과 같은 대체 투자로의 다양한 분산 투자도 가능해져야 한다.

정부의 도움도 필요하다. 미국처럼 수많은 연금 백만장자가 나오기 위해서는 추가적 연금 제도가 뒷받침 돼야 한다.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개선'과 '운용규제 개선'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적극적으로 운용에 나서야 한다. 한국형 디폴트옵션 설정 대상에는 다른 선진국과는 다르게 원리금보장형 상품이 포함됐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하게 되면 도입 전과 마찬가지로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자금이 몰려 결국 도입취지가 무색하게 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허용한 국가는 일본뿐인데 일본이 도입 실패 국가로 꼽힌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는 원리금보장형 대신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과 호주 등의 선진국들이 디폴트옵션에 성공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식시장이 위축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퇴직연금 사업자들도 수익률 방어를 위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가입자들도 선뜻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하기 꺼려질 수 있다.

현재가 아닌 10년, 20년 미래를 위해 묵혀뒀을때 더 많이 불어나 있을 퇴직연금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디폴트옵션 도입이 퇴직연금 시장의 양적·질적 성장뿐 아니라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활성화로 연금의 장기수익률이 개선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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