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된 배터리 1년前 '교체권고'...지하이전 작업자 실수?

오상헌 기자
2025.09.29 10:46

국정자원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원인 설왕설래
제조사 보증기간·사용 권고 연한 10년도 넘겨
UPS구축업체 지난해 6월 점검서 "교체" 권고
배터리 이전업체 작업에 비전문가 투입의혹도

(대전=뉴스1) 김진환 기자 = 28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 소실된 리튬이온배터리가 소화 수조에 담겨 있다. 2025.9.2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대전=뉴스1) 김진환 기자

사상 초유의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를 불러온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튄 불꽃 하나로 시작됐다. 배터리 관리 소홀로 정부가 수십년동안 쌓아 온 '디지털 혁신정부'가 하루 아침에 무너진 것이다. 사고 원인을 두고선 사용 권고 연한이 지난 노후화된 배터리의 자체 결함과 함께 배터리 이전 과정에서 투입된 비전문 인력의 실수에 따른 인재 가능성도 거론된다. 소방과 경찰 등 관계기관은 조만간 합동 감식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29일 행정안전부와 국정자원, 배터리업계 등에 따르면, 국정자원 전산실 배터리 관리업체인 LG CNS는 무정전 전원장치(UPS) 시스템 구축 업체와 함께 지난해 6월 정기 점검을 진행 결과 '정상' 판정을 했지만 리튬이온배터리의 사용 권고 연한(10년) 경과를 이유로 배터리 교체 의견을 냈다. 사고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2012~2013년 즈음 공급한 모델로, 배터리셀을 공급받은 LG CNS가 배터리 관리시스템을 만든 후 중소 UPS 제조업체에 납품하고 2014년 8월 국정자원에 설치됐다고 한다. 안전 점검은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진행했다.

제조사의 제품 보증 기간(10년) 종료로 국정자원은 리튬이온배터리의 지하 이전 전기공사를 별도 발주해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UPS 제조사와 LG CNS가 지난해 6월 정상 판정을 하면서도 "일부 전압 차로 정상 범위를 초과하는 배터리팩 온도 편차의 발생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합동감식과 정밀 조사 과정에서 노후화한 배터리 자체 결함 가능성과 함께 UPS 시스템 업체의 지적과 권고에도 국정자원이 배터리를 교체하지 않은 이유 등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자원과 LG엔솔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정기 안전점검에서도 배터리는 '정상'으로 확인됐고, 사고 배터리 모델의 화재 이력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자원은 "지난해 교체 권고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는 (권고가) 없었고 점검 결과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배터리 자체 결함보다는 이전 과정에서의 작업자 실수, 발주사(국정자원)의 감독 소홀 등 인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화재 당시 5층 7-1 전산실에서 서버와 배터리 분리를 위해 지하 이관 작업을 담당한 업체는 제3의 통신 관련 업체로 파악된다. 작업 당시 인력은 모두 13명으로 배터리와 전기설비 전문가 외에 단순 인력인 아르바이트생도 포함돼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비전문 작업자가 배터리 분리 과정에서 실수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설할 때는 UPS 전원을 반드시 차단하고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전원 미차단 상태에서 케이블을 해체하다 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왔다. UPS는 가정용 교류전원이 아닌 직류전원이어서 연결 상태에서 갑자기 전선을 분리하면 전압이 급격하게 튀면서 스파크가 튈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정자원은 그러나 전원 차단 후 40분 후 불꽃이 튀었다며 전원을 차단한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작업 당시 정부나 국정자원 관리자가 관리감독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합동감식을 포함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수사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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