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의 원인은 결국 경쟁과 불안 같아요. 6~7세반 학부모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영어입니다. 한두명이 유아 대상 영어학원 종일반(영어유치원)으로 옮기면 '우리도 보내야 하나' 걱정하는 기류가 생겨요."
2019년생 딸을 둔 아버지이자 경기도 공립 유치원 교사인 박준석씨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불안'이라고 답했다. 박 교사는 다른 유치원 교사들과 함께 초보 아빠들을 돕는 '실전 아빠육아' 책을 발간하는 등 아빠들이 육아 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박 교사는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3%에 불과했던 6년 전, 신생아 딸을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급여 지원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신생아 시기에 곁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6개월을 우선 사용했고, 이후 2021년에 조금 더 자금을 마련해 다시 6개월을 썼다. 박 교사는 "유아교육을 전공했지만 신생아와 24시간 붙어있으니 밤새 수유도 하고, 화장실도 마음대로 갈 수 없으니 정말 갑갑했다"며 "특히 영아기에 (주로 여성이 먼저 육아휴직을 사용하다보니) 육아를 하는 남성은 별로 없어 이해를 받기도, 정보를 찾기도 어려웠다"고 소회했다.
동네 정보를 얻으려 맘카페를 시도했지만 성별 제한으로 가입조차 할 수 없었다. 아내를 통해 물어보고 검색해야 했다. 수유실은 보통 엄마를 위한 공간으로 인식 돼 출입이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분유를 먹일 공간을 한참 찾아 돌아다닌 경험 때문에 비교적 수유실이 잘 정비된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주로 찾게 됐다.
경기도가 직장이지만 교육과 병원 등 인프라(기반)를 고려해 '서울 살이'를 떠날 수 없는 현실도 같은 이유에서다. 서울은 합계출산율이 전국 최저(0.58명)지만 육아환경은 최상위권이다. 머니투데이 2025년 띵동지수에서 서울시는 전국 17개 시도 중 2위를 차지했다. 의료가 압도적인 1위이고, 환경(2위), 복지(5위)영역도 우수했다.
아이가 자라자 여타 부모들과 같이 교육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 박 교사는 "최근 학부모들의 가장 큰 고민은 영어와 사회 정서"라며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사례들이 학부모들의 관심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영유아(0~5세) 수 감소에 따라 어린이집·유치원이 줄폐업하는 상황에서도 유아대상 영어학원 종일반은 성업 중이다. 경기도 5개 시에서 영유아기관은 2023년 3429개에서 지난해 3273개로 총 156개 감소했지만 유아대상 영어학원 종일반은 122개에서 119개로 3개 줄어드는데 그쳤다. 월평균 학원비는 약 123만원으로, 10.1% 증가했다.
박 교사는 "출산, 양육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기조차 꺼린다"며 "부모 본인의 삶도 직장생활, 불안정한 일자리로 힘들다보니 아이도 이렇게 힘들게 살겠구나 싶어서 (경쟁에 뛰어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박 교사 본인도 "유치원 교사 부부라 애를 많이 낳을 줄 알았는데 하나 낳고 '이제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육휴를 썼다가 자리를 뺏기거나 휴직 중에도 복귀해야 하는 주변 직장인들 이야기도 더러 듣는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치원, 학교가 안전하긴 하지만 기업, 직장에서 일하는 문화가 더욱 가족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아빠 엄마가 일찍 퇴근해 함께 보낼 시간을 늘리지 않고서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이를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를 믿는다. 박 교사는 "막연한 두려움과 경제적 고민이 크지만 그걸 뛰어넘는 행복이 분명히 있다. 아이가 주는 행복은 다른 데서 경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성 육아와 아이를 낳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아이가 어릴 때부터 육아를 함께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과 경력 인정 등으로 주변 동료 교사들 중에서도 남성 육휴자도 늘고 있는 추세"라며 "맞돌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해봐야 늘고 같이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박 교사는 "길에서 딸 머리를 묶어주다 칭찬도 들었다"며 "남성 육아는 오히려 기회이자 블루오션"이라고 웃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