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이 1등급 비율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이른바 '불영어' 논란을 빚은 데에는 대규모 문항 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45문항 중 19문항이 교체되면서 난이도를 충분히 점검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교육부는 영어 영역에서 교사 출제위원 비중을 확대하고 영역별 문항을 재점검하는 위원회를 통합·신설해 난이도 관리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11일 2026학년도 수능 영어 난이도 관리 실패에 대한 점검 결과와 함께 안정적인 수능 출제를 위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점검 결과 영어는 전체 45문항 중 19문항이 교체돼 약 42%가 바뀐 것으로 집계됐다. 국어가 45문항 중 1문항(약 2%), 수학이 30문항 중 4문항(약 13%) 교체된 것과 비교하면 영어의 변경 폭은 두드러진다. 여기서 문항 교체는 질문·지문·선지가 일부 수정된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새로 출제된 것에 가까운 전면적 변경을 의미한다.
막판까지 이어진 잦은 문항 교체로 인해 난이도를 충분히 가다듬을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수능은 출제위원이 문제를 만든 뒤 검토위원이 오류 여부, 사교육 교재와의 중복 가능성, 적정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이후 여러 유형의 점검 기구가 다시 한번 세부 검증을 진행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난이도를 조정하는 위원회, 초고난도 문항을 걸러내는 위원회, 사교육 유사 문항을 확인하는 위원회 등이 각각 운영된다. 이번 수능에서는 검토위원의 전반적인 점검이 끝난 이후에도 문항 교체가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점검 기구 차원의 재점검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어 영역에서 교사 출제위원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점도 난이도 조절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2026학년 수능에서 영어 출제위원의 교사 비중은 약 33%로, 전 과목 평균(약 45%)에 비해 낮았다. 영어는 지문을 새로 작성하기보다 외부 자료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원전을 읽고 발췌·구성하는 데 강점을 지닌 교수의 참여 비율이 높았던 탓이다. 교수와 반대로 현장에서 학생을 직접 지도하는 교사는 수험생이 체감하는 난이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출제진에서 교수 비중이 높았던 점이 검토 단계의 의견 반영을 제약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출제 이후 검토 및 점검 단계에서 난이도 조정이나 문항 수정에 대한 요구가 있었지만 출제 단계의 판단이 강하게 유지되면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출제 권한을 쥔 교수진의 전문성과 판단이 우선시되는 구조 속에서 후속 점검 단계의 조정 기능이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난이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위해 앞으로 영어 출제위원 중 교사 비중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또 출제·검토 이후 단계에서 운영되던 여러 점검 기구를 통합해 '영역별 문항 점검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점검 기구 내 여러 위원회에서 사교육 중복 여부, 난이도 적정성 등을 기능별로 나눠 점검했다면 앞으로는 하나로 통합된 영역별 문항 점검위원회가 종합적으로 심사하도록 구조를 개편한다. 동시에 점검위원회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절차적 장치도 보완할 방침이다.
출제 지원 체계의 기술적 보완도 추진된다. 교육부는 '인공지능(AI) 활용 영어 지문 생성 시스템'을 개발해 출제 소요 시간을 줄이고 AI를 활용한 난이도 예측과 유사 문항 탐지 기능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수립을 올해 3월까지 한 뒤 내년 치러지는 2028학년도 모의평가부터 AI 영어 지문 생성 시스템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안정적인 수능 출제는 신뢰받는 대입 환경 조성의 핵심"이라며 "이번 개선안을 통해 예측 가능하고 신뢰받는 수능 체제를 구축해 공교육 안에서 노력한 학생들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