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성수동은 누구의 공인가

이민하 기자
2026.02.25 05: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카페 골목 일대 /사진=조성준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MZ핫플레이스' 서울 성수동이 선거판의 핫플로 떠올랐다. 죽어가던 공장지대였던 성수동에 정보기술(IT) 스타트업부터 예술가·비영리단체·소셜벤처들이 터를 잡고, 청년들이 오가면서 회색빛 공장지대의 인상이 바뀌었다.

'5선'에 도전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성수동 변화의 첫 단추를 20년도 넘은 '오래된 행정'에서 찾는다. 2003년 서울시는 '뚝섬 경마장' 부지를 매각하는 대신 서울숲을 조성하는 방침을 세웠다. 당시 5조원대로 추정된 천문학적인 부지 매각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118만㎡(35만평) 규모의 숲을 만들겠다는 결정이었다. 2005년 서울숲이 문을 열자 주말마다 연인들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이 모여들었다.

대중 사이에서 성수동이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5년가량 지난 뒤다. 오 시장은 최근 북콘서트에서 "성수동 1가 6번지가 내 고향"이라며 "2010년 IT산업개발진흥지구 지정이 '성수동 빅뱅'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준공업지역이던 성수동에 산업적 콘셉트를 부여하고, 지식산업센터 등 업무 기능을 끌어들여 주중 인구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서울숲으로 주말 유동인구가 생기고, 강남 접근성과 결합해 상권이 확장됐다. 상대적으로 낮은 임대료는 새로운 업종의 진입을 가능하게 했다. 삼표레미콘 공장 철거와 사전협상제를 통한 개발 추진이 빅뱅의 화룡정점을 찍었다는 해석이다.

다른 시각도 있다. 최근 만났던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성수동의 성공 요인을 묻자 '도시재생'과 '민관협력'으로 정리했다. 정 구청장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성수동을 떠올리면 붉은 벽돌의 건물 이미지와 도시재생 구역의 골목, 맛집과 갤러리 같은 풍경이 먼저 보인다"며 "성수의 성장 동력은 지식산업센터 규제 완화 같은 단일 요인보다 도시재생을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혁신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특히 성동구에서 2015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로 임대료 급등에 따른 이탈을 제도적으로 막았고, 붉은 벽돌 건축물 보전·지원 정책으로 성수역 카페거리 일대를 붉은 벽돌 건축물 밀집 지역으로 조성하면서 성수동만의 고유한 경관과 분위기를 지켰다고 정 구청장은 강조했다. 오 시장이 "서울시의 복합 정책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하는 것과 사실상 정반대의 시각이 읽히는 대목이다.

성수동 논쟁이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의 미래를 미리 축약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오 시장과 정 구청장은 각 당의 가장 강력한 차기 서울시장 후보다. 오 시장이 내세우는 산업 기반·대규모 개발의 속도, 정 구청장이 강조하는 도시재생·상생 장치의 지속가능성은 서울시정의 각기 다른 구상과 방식을 드러낸다.

결국 성수동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해 두 행정가가 제시한 '선택지'다. 시민들이 바라고 공감하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이들이 답해야 할 질문은 '누가 만들었나'가 아니라 '도시 성장의 이익이 시민들에게 더 잘 돌아오는 방식이 무엇이냐'다. 선택까지 100일도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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