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시험'이 유일한 평가 수단, 비참해"…교육 대전환 목소리

황예림 기자
2026.03.06 15:08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분과장이 6일 오전 열린 'AI 전환 시대 국가교육 비전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국가교육위원회

"인공지능(AI) 시대에 주체적으로 질문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아이를 키워낸다면, 우리 교육이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AI 확산으로 교육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우리 교육도 암기 중심의 주입식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지식을 구축하도록 전환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교육의 목표도 시험 점수가 아니라 '뉴런의 뭉치(신경 회로)'를 형성하는 것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는 6일 오전 'AI 전환 시대 국가교육 비전 포럼'을 열고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공공AX분과장을 초청해 주제 발표와 토론을 진행했다.

박 의장은 이날 강연에서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설명하며 변화하는 지식 환경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9개 산업에서 경제적 중요성이 높은 지식 기반 직업 44개를 선정해 인간 전문가와 AI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도록 실험한 결과가 있다"며 "최근 발표된 GPT-5.4는 인간 전문가를 크게 능가하는 수준으로 과제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 전후로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 이른바 범용 인공지능(AGI)가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말 대학가에서 논란이 됐던 AI 부정행위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공교육이 AI 시대와 맞지 않게 시험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박 의장은 "부정행위 사건은 우리 고등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며 "대학 교육은 다양한 학습 과정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시험이 사실상 유일한 평가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험이라는 고리가 AI로 끊어지자 대학이 크게 혼란에 빠졌는데, 커닝 하나로 무너지는 고등교육이라면 얼마나 비참한 일이냐"고 했다.

박 의장은 시험 성적을 목표로 하는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에 모든 판단을 맡길 경우 인간의 사고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봐서다.

박 의장은 "자신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을 AI와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은 채 AI에 묻는 환경이 되면 아이들은 사고 능력을 빼앗길 수 있다"며 "AI가 그대로 방치된다면 축복으로 위장한 저주가 될 것이다. 이를 막을 책임이 바로 교육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탐색하고 질문하며 자신만의 지식 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서와 토론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박 의장은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라며 "어린 시절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것만큼 중요한 교육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책은 수백 쪽에 걸쳐 일관된 논리를 전개하는 만큼 아이들은 책을 통해 사고력을 훈련할 수 있다"며 "인간 지능의 발전이 결국 집단지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논리적으로 토론하는 능력도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제기된 제언과 토론 내용은 국교위가 내년 3월까지 마련할 예정인 10년 단위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과정에서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교위는 정권에 따라 교육 정책이 흔들리는 문제를 막기 위해 중장기 교육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소속 독립 합의제 기구로, 10년마다 중장기 교육 정책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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