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폭력 가해자나 반헌법적 행위자에게 수여된 부적절한 정부포상을 전면 재검토한다. 과거 12·12 군사반란 등 반헌법적 범죄 가담자와 '고문 기술자'로 이름을 떨친 이근안 전 경감과 같은 국가폭력사건 관련자, 12·3 비상계엄 가담자들까지 그동안 부적절하게 주어진 정부포상이 대거 취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수 행정안전부 의정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포상 전면 재검토' 정책설명회에서 "행안부가 상훈 총괄 부처로서 부적절한 정부포상을 전면 재검토하고 주도적으로 취소를 추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사나 반헌법 행위로 상훈의 영예성을 훼손한 사례를 적극 발굴하고 취소 절차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게 행안부의 방침이다.
그동안 정부포상 취소는 각 중앙행정기관 등 추천 기관의 요청에 따라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국가폭력 관련 사건 등에서 보다 적극적인 정부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행안부가 직접 나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우선 행안부는 고문·간첩조작 사건 등 과거 국가폭력과 관련해 재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례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각 추천 기관에 취소 검토를 독려한다. 재심 결과를 즉시 확인하기 어려워 포상 취소가 지연됐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이를 위해 법무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재심 소송 현황을 공유하고 경찰청·국가정보원 등이 진행 중인 과거사 관련 포상 전수조사도 점검·관리할 계획이다.
국무회의 기록과 상훈 관련 자료, 국가기록원 보유 자료 등도 추천 기관에 제공해 신속한 취소 절차를 지원한다. 실제로 지난달 국방부와 협력해 12·12 군사반란 가담자 10명에 대한 무공훈장을 '거짓 공적' 등을 이유로 취소했다. 행안부는 향후에도 추가 취소 대상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12·3 비상계엄 관련자도 정부포상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 김 의정관은 "12·3 관련자들의 정부포상이 모두 일괄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행 상훈법상에 따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아 법정 요건에 해당하면 취소·환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에 따른 취소 사유는 △허위 공적 △국가안전 관련 범죄 △1년 이상 징역형 확장 등 3개다. 행안부는 이에 더해 중대재해나 인권침해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안에 대해서도 상훈법상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각 기관에 취소 절차를 요청할 계획이다.
취소 이후 실물 환수체계도 강화한다. 최근 5년간 취소된 정부포상 68건 가운데 65건이 환수돼 환수율은 95.6%에 달했지만, 1985년 이후 누적 취소 791건 중 환수된 포상물은 260점(32.9%)에 그쳤다. 행안부는 주소 불명이나 연락 두절 등으로 회수하지 못한 사례를 재점검하고 환수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국민의 알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도 개선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고려하면서도, 행안부는 공적 취소 사유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는 관보에 포상 취소 사실을 공표할 때 법적 근거만 기재하고 구체적 취소 사유는 공개하지 않는다. 앞서 올해 1월 독립유공자 포상 취소가 된 김동식·구찬회·김낙서 등 13명도 건국훈장·건국포장·대통령표창 박탈 사실만 공고됐을 뿐, 사유는 모두 '상훈법 제8조 제1항 제1호'로만 기재됐다.
행안부는 부적절한 정부포상 취소 등을 위한 전담조직(TF)을 운영한다. 전문가 자문단, 범부처 상훈담당관 회의체도 구성해 체계적인 상훈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각 기관의 취소 사례를 공유하고, 절차상 애로사항을 해소해 부적절한 포상 발굴과 취소를 이끌 방침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과거 국가폭력 사건 관련자와 반헌법적 행위 가담자에 대한 정부포상 취소는 반드시 이행해야 할 국가의 책무"라며 "모든 국민이 상훈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부적절한 포상을 끝까지 찾아 취소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