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전반에 만연한 비효율 업무 관행, 이른바 '가짜 일'을 걷어내기 위한 정부 차원의 혁신이 본격 추진된다. 보고·회의·절차 등 일하는 방식을 전면 재설계해 정책 실행력을 높이고 국민 체감 성과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공직사회 생산성 제고를 위해 '가짜 일 줄이기' 캠페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업무 경감이 아니라, 형식 중심 행정을 탈피해 본질적인 정책 업무에 집중하도록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춘 구조적 혁신 과제다.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었을 '가짜 일'은 공공과 민간을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행안부가 지난 3월 블라인드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약 2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및 댓글 이벤트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주 2~3회 '가짜 일'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특히 하루 평균 약 2시간 가까운 시간이 불필요한 업무에 소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연구원 조사에서도 공무원들은 문서 작업에 약 76분, 형식적인 회의에 약 56분을 쓰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보여주기식 보고서 작성, 폰트·형식 수정 등 형식 중심 업무, 결론 없는 반복 회의 등이 꼽혔다. 실제 "전자결재로 끝날 일을 대면 보고로 30분 넘게 기다린다" "이미 시스템에 있는 데이터를 다시 엑셀로 취합한다"는 사례가 제기됐다.
행안부는 '가짜 일'의 본질을 개인 문제가 아닌 조직의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 체계, 회의 방식, 의전·행사, 행정 절차 전반을 손질하는 방향으로 혁신을 추진한다.
우선 보고는 형식과 분량 중심에서 벗어나 핵심 위주의 간결한 방식으로 바뀐다. 일부 부처에서는 긴급 사안에 대해 반 페이지 분량 보고를 도입하거나, 메모보고와 구두보고를 확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회의도 대폭 축소된다. 관행적 회의를 줄이고 문제 해결 중심의 토론형 회의로 전환하는 한편, 격주 회의를 월 1회로 줄이거나 타운홀 방식 소통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보여주기식 행사와 의전을 줄이고, 반복적인 취합·보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행정력 재배치도 추진된다. 특히 지능형 업무관리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 편집 방식 도입으로 자료 취합 업무 효율화도 시도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디지털 도구와 AI(인공지능) 활용 확대도 해법으로 제시된다. 다만 새로운 시스템이 또 다른 '가짜 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안부는 향후 각 부처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우수 사례를 확산해 '가짜 일 줄이기'를 범정부 혁신 과제로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불필요한 일을 줄이는 것은 단순한 업무 감축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일에 더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보고·회의 방식 개선 등 조직 전반의 일하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