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철 소방청장 직무대행(사진)이 장기간 이어진 소방 조직의 리더십 공백을 조속히 해소하고 조직문화를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 15일 7대 김승룡 전 청장이 '의원면직'(본인 의사에 따른 사직)되면서 소방청은 1년도 채 되지 않는 동안 2차례 수장교체를 겪었다.
최 직무대행은 29일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 기자실을 방문해 출입기자단과 만나 "지금 소방은 리더십 공백이 너무 크다"며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제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리더가 왔다고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나 핵심 가치를 만드는 것보다 우리가 갖고 있는 기본을 바로 세우는 데 주력하겠다"며 "소방의 핵심 가치인 '명예·신뢰·헌신'을 다시 가슴에 새기고 기본을 회복하는 데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2017년 행안부에서 독립한 이후 소방청장의 수난사는 계속됐다. 3대 신열우 전 청장은 인사청탁과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돼 2024년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됐다. 이어 4대 이흥교 전 청장은 납품비리, 6대 허 전 청장은 비상계엄 가담 의혹으로 각각 직위해제됐다.
최 직무대행은 현장 대응 역량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지휘 능력은 경험만으로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며 계급별 지휘역량 교육을 확대하고, 신규 소방공무원에 대해서도 실화재 훈련 등을 강화해 현장 대응 능력을 높이겠다고 했다. 특히 지휘관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역량을 갖춘 인력이 맡도록 하고, 신규 대원 역시 반복적인 훈련으로 재난 현장 적응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광주광역시 소방안전본부 소속 20대 여성 소방관이 직장 내 음주 회식 강요와 갑질 등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서 최 직무대행은 "뼈를 깎는 각오로 대응하고 있다"며 "관련 직원 17명을 직무에서 배제했고 최고 수준의 대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직도 전근대적인 타성에 젖어 그런 문화가 잘못됐다는 인식조차 없는 곳이 있다"며 "조직문화 쇄신을 위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기본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 기능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최 직무대행은 "그동안에는 시·도 중심 감찰 체계여서 소방청의 직접 감사에 한계가 있었지만 제도 개정으로 공무감사가 가능해졌다"며 "기존 13명 규모의 감찰 조직을 변호사 중심으로 30여명까지 확대해 상시 감찰과 제보 접수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풍수해와 폭염 등 계절성 재난 대응도 빈틈없이 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직무대행은 "상황실 기능을 비롯해 점검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국민들이 안전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꼼꼼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관리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최 직무대행은 "소방은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마음 치유가 중요한 조직"이라며 "순직 소방관 유가족에 대한 예우는 물론 상담과 전문 치료를 확대해 입직부터 퇴직까지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AI(인공지능)와 로봇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재난 대응 체계 구축도 지속 추진한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실제 재난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며 "국제 협력과 기술 교류를 확대해 우리 소방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국내 소방산업의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