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이 지방자치단체에 공익 목적의 국유지 사용을 사실상 허용해 놓고 수년이 지난 뒤 뒤늦게 사용료를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국립 A대학교가 B지방정부에 부과한 국유지 사용료 1779만원 처분을 취소했다고 6일 밝혔다.
중앙행심위에 따르면 A대학은 2015년 교통 혼잡을 줄이고 학생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대학 정문 인근 국유지에 버스 주차장을 조성해 달라고 B지방정부에 요청했다. B지방정부는 약 8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버스 주차장과 회차지를 설치했다.
이후 B지방정부는 해당 국유지를 버스 주차장과 회차지로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A대학은 사용허가 신청서와 사업 추진 공문, 공사 착공 통보 등을 받았음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10년이 흐른 뒤인 2025년 9월 A대학은 B지방정부가 2020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유지를 무단 사용했다며 사용료 1779만원을 부과했다. B지방정부는 장기간 사용을 묵인한 뒤 뒤늦게 사용료를 부과한 것은 위법·부당하다며 지난해 11월 중앙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중앙행심위는 A대학의 처분이 신뢰보호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대학이 먼저 버스 주차장 설치를 요청했고 이에 지방정부가 공익 목적의 시설 조성을 위해 8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 점을 고려했다.
또 대학이 국유지 사용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장기간 사용 중지 요구나 사용료 부과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던 점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중앙행심위는 이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B지방정부가 대학이 국유지 사용을 허용한 것으로 신뢰할 수 있었고 수년이 지난 뒤 과거 사용 기간에 대해 사용료를 부과한 것은 신뢰보호원칙에 반하는 위법·부당한 처분이라고 봤다.
조소영 중앙행심위원장은 "이번 사례는 행정청이 장기간 용인한 사용 관계를 뒤늦게 번복하면서 발생한 분쟁으로, 행정처분에서 신뢰보호원칙의 중요성을 확인한 재결 사례"라며 "앞으로도 행정의 신뢰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는 사례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