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발생한 '서이초 사태'가 3주기를 맞았지만 교육환경은 여전히 과도한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에 몸살을 겪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사들의 불필요한 아동학대 신고의 근거가 되는 아동복지법이 구체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5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원 3단체는 국회 본관에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아동학대 관련 법률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회견은 오는 18일 서이초 교사 순직 3주기를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는 총 1870건에 달했다. 이 중 1352건(72%)은 정당한 교육활동이라고 판단해 교육청이 의견서를 제출했고, 종결된 사건의 90.4%는 무혐의 또는 불기소로 마무리됐다. 교원 3단체는 "교사들은 여전히 아동학대 신고와 수사·소송의 두려움을 느낀다"며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구성요건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이초 사태 이후 국회에서는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을 담은 '교권 보호 4법'이 통과됐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이다. 그러나 아동보호를 이유로 아동복지법이 빠지면서 교사를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아동학대는 공소시효도 '성인이 되는 순간부터 7년까지'로 길기 때문에 교사들은 학생이 졸업한 후에도 고소를 당할 수 있다.
이번 회견에는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 등도 참석해 정당을 막론하고 법 개정에 대한 의지를 표력했다. 특히 정 의원과 백 의원은 2024년 각각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학대' 개념을 구체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정서적 학대 행위의 범위를 '폭언, 욕설, 비방 등'으로 한정하고, 백 의원은 '반복적·지속적이거나, 일시·일회적이라도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했다.
교육계에서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경찰이 수사 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도 아동학대 사건은 검찰로 의무 송치하는 법조문도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수사 부실로 아동이 피해를 입는 사례를 막기 위해 마련된 조항이지만,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사들에게는 무혐의 결론 후에도 검찰에 불려다녀야 하는 족쇄로 작용되고 있다.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고 판단해 의견서를 제출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은 "정당한 학생·유아 생활지도를 아동복지법상 정서학대와 방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교사의 교육활동이 아동학대 조사와 수사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아동복지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견에는 이례적으로 안민석 경기도 교육감과 도성훈 인천시 교육감도 참석했다. 안 교육감은 "잘못된 학생을 혼내거나 벌할 수 없도록 하는 현행법은 잘못된 것"이라며 "국회는 교육 활동을 보호하는 결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교육감 직속 '교권보호단'을 출범하고 수원 남부청사와 의정부 북부청사에 서이초 교사 추모 공간을 조성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연수원에 추모공간을 마련할 예정이었지만, 서이초뿐 아니라 학교 공무직 희생자까지 함께 추모하는 방향으로 운영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추모공간은 순직일(18일)을 넘겨 공개될 예정이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전북에서 열리는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에 대표로 참석한 뒤 오는 23일 서울교사노동조합과 서울교육대학교가 공동 개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해 교육활동 보호 방안에 대해 발언한다.
교육부는 별도의 추모행사를 열거나 참석하지 않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지난 13일 SNS(소셜미디어)에 "서이초 선생님 순직 3주기를 앞두고 우리 사회가 함께 교육의 출발과 본질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