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펜타닐 중독' 몸무게 70kg→40kg..."전국 병원서 거절, 거절" 뺑뺑이

정세진 기자
2026.08.17 05:15

[서울시마약관리센터]②
"퇴원 날부터 약 생각" 펜타닐 중독자 마음바꾼 서울마약센터
'펜타닐' 등 외부 의료기관서 치료 거부된 환자도 받아
상반기에만 외래진료 2219명

서울은평 병원 31병동. 서울시마약관리센터 내 폐쇄병동이다./사진제공=서울시마약관리센터

"펜타닐 환자는 못 받겠습니다. 오지 말아주세요."

지난달 서울 은평병원 31병동에서 만난 A씨(31)는 지난 6년간 펜타닐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전국의 마약류 치료보호기관을 찾아다녔다. 그는 대구·경북을 비롯해 경기와 제주, 인천 등의 병원을 찾았지만 입원을 거절당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펜타닐 환자 한 명을 관리하려면 여러 의료진이 붙어야 해 받기 어렵다"하거나 "보호자와 다시 오라"며 돌려보낸 곳도 있었다.

경북에 사는 A씨가 결국 입원한 곳은 서울시마약관리센터가 운영하는 은평병원 31병동이다. 마약류 중독자를 위한 10병상 규모의 폐쇄병동이다. 군 복무 당시 의장대에서 생활했다는 A씨는 키 184㎝에 몸무게 70㎏의 건장한 체격이었지만 펜타닐을 투약한 뒤 한때 체중이 40㎏대까지 떨어졌다. 그는 펜타닐을 처음 투약한 뒤부터 여러 차례 치료를 시도했지만 입원과 퇴원, 재투약을 반복했다.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 계열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되면 초기 해독 과정에서 호흡곤란 등 읍급상황이 생길 위험이 있다. 정신과적 치료뿐 아니라 환자의 신체상태를 살피고 위급상황에 대응할 의료진과 병원 체계가 반드시 요구된다. 이런 부담 때문에 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병원에서도 중증 오피오이드 환자 입원을 꺼리는 사례가 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앉은 A씨는 "26일째 펜타닐을 투약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입원치료를 경험했지만 이전과 이번 치료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병원에 갔던 건 다 가족의 권유였다"며 "그렇게 입원을 하면 퇴원날짜가 정해지는데, '조금만 버티자, 퇴원하는 날부터 약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퇴원을 해서 약을 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퇴원을 앞두고 있는 그는 "6년간 수많은 병원을 들락거렸지만 서울시마약관리센터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치료받는 느낌"이라며 "마약을 끊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동재 서울시마약관리센터 회복지원가는 "저도 인천참사랑병원과 다르크에도 있었지만 공중전화로 계속 부모님한테 전화해 '여기서 좀 빼달라'며 화를 냈다"며 "지나서 보면 약에 대한 갈망 때문인데, 주변에서 갈망 때문에 핑계를 대고 있는 거라고 수없이 설명해도 그땐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자의로 입원하지 않다 보니 같은 시설의 이성 입소자와 만나 마약을 투약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전국 32곳의 마약류 치료보호기관에서 치료보호를 받은 인원은 1649명이었다. 매년 2만명 안팎의 마약류 사범이 검거되는 것과 비교하면 치료체계에 진입하는 인원은 제한적이다. 치료 실적도 일부 기관에 집중돼 있어 지정기관 수와 실제 환자를 받아 치료할 수 있는 기관 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치료 병상은 부족한데, 치료 의지가 없는 중독자의 퇴원 요구를 계속해서 막기도 어렵다. 시설을 나온 중독자들이 텔레그램으로 이른바 '상선'에게 연락하면 "퇴원을 축하한다"며 공짜로 마약류를 전달해주기도 한다. 대다수 중독자들이 이런 방식으로 입원과 퇴원, 재투약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서울시마약관리센터는 치료 의사를 갖고 자발적으로 입원을 결정한 환자를 중심으로 입원치료를 진행한다. 제한된 병상과 의료인력을 치료 참여 의지가 있는 환자에게 우선 투입하기 위해서다. 센터에서는 전문의 진료뿐 아니라 정신건강사회복지사와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등이 함께 치료에 참여한다.

매일 오전 8시45분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센터장과 치료진이 회의를 열어 입원 환자의 상태와 약물 갈망, 상담 내용, 가족관계 등 특이사항을 공유하고 치료 방향을 논의한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인 이보라 주임은 "전화로 마약을 투약했다고 알려오는 경우도 있다"며 "따로 신고는 하지 않고 회의에서 개입방향을 의논하고, 응급상황인 경우에 병상을 확보하거나 센터장 예약을 잡는다"고 했다. 이어 "회복과정에서 재발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재발은 곧 실패가 아니라 회복으로 나가기 위해 어떤 걸 점검해야하는지 돌아봐야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환자 북적이는 '서울시마약관리센터'/그래픽=윤선정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의 치료가 많은 전문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센터에서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 2명이 외래환자 연인원 2219명을 담당했다. 사회복지사 1명이 한달 평균 184명을 상담한 것이다. 최근 사회복지사 1명을 추가로 채용해 현재 센터장을 포함한 중독치료팀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의료진 확보는 더욱 쉽지 않다. 센터 편제상 의사 정원은 센터장을 포함해 3명이지만 현재 2명은 공석이다. 센터 측은 국내에서 마약류 중독 임상 경험을 충분히 갖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체가 많지 않아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담과 재활 프로그램, 입원환자 위기 대응 업무가 겹치면서 치료진의 야간근무도 이어지고 있다.

중독자는 전국에서 찾아오는데,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마무리하고 회복자를 연계할만한 지역별 기관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인 이지원 주임은 "계속된 재발로 자살시도도 여러 차례 한 분이 처음와서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같이 회복 계획을 짜고 재발 원인을 탐색했고 현재는 1년간 단약하고 있다. 이 사례를 보면 한 개인의 삶의 방식을 바꾸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위험도에 맞춰서 전문가와 중독자, 지역사회 자원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진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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