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94%인데 임대난?…슬로바키아가 보여준 '실거주의 역설'

자가 94%인데 임대난?…슬로바키아가 보여준 '실거주의 역설'

윤지혜 기자
2026.08.17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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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비거주 1주택에도 거주자는 있다 ④

[편집자주]  정부가 세제·금융 규제를 통해 비거주 1주택자의 실거주를 유도하고 있지만 그 집에는 또 다른 거주자인 세입자가 있다.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세입자의 연쇄 이동을 부르는 '의자뺏기' 현상과 전월세시장 불안을 짚는다. 해외 주거시장과 비교해 실거주 중심 정책의 한계를 살펴보고 임대차시장 안정의 해법을 모색한다.
OECD 주요국 자가점유율/그래픽=윤선정
OECD 주요국 자가점유율/그래픽=윤선정

슬로바키아 93.5% vs 스위스 38.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자가점유율은 국가별로 극명하게 갈린다. 하지만 자가점유율이 낮다고 주거시장이 불안정한 것도, 높다고 반드시 안정적인 것도 아니다. 집을 소유해 직접 거주하는 비율보다 안정적으로 빌려 살 수 있는 임대시장이 함께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17일 OECD가 지난해 41개국을 대상으로 주택점유형태(Housing tenure)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자가점유율은 58.0%로 35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인 70.1%보다 12.1%포인트(p) 낮다.

통계 상위권에는 슬로바키아를 비롯해 루마니아(92.8%), 크로아티아(90.4%), 리투아니아(86.9%), 불가리아(85.2%) 등 과거 공산주의 체제에 속했던 동유럽 국가들이 올랐다. 반면 영국(68.4%), 미국(65.3%), 프랑스(58.5%)는 모두 OECD 평균을 밑돌았다. 독일(41.0%)과 스위스(38.2%)는 한국보다도 낮은 최하위권에 위치했다.

구(舊)공산주의 국가의 높은 자가점유율에는 1990년대 체제 전환기에 이뤄진 대규모 국영주택 민영화가 자리한다. 당시 기존 임차인이 살던 국영주택을 낮은 가격에 매입해 소유하는 구조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자가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높은 자가점유율이 모든 계층의 주거 안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가 중심의 시장에서는 민간 임대주택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집을 소유하지 않은 청년층이나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가구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 오히려 슬로바키아의 높은 자가보유율과 작은 임대시장이 주거 이동성을 제약하고 노동시장 이동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자가점유율 높은 시장일수록 단기 임대료↑"
14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사진=뉴스1
14일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사진=뉴스1

반대로 자가점유율이 낮은 독일과 스위스는 임차가 보편적인 주거 형태로 자리 잡았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택 재건 과정에서 임대주택 공급에 주력했고 장기 임차가 가능한 제도적 기반을 갖춰왔다. 스위스 역시 높은 주택가격과 임차인 보호 제도 등의 영향으로 임차 비중이 높다. 자가를 보유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시장이 주택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구조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플랫폼 야누스헤르메스(JanusHermes)는 한 보고서를 통해 "자가점유율이 낮은 시장에서는 대규모 전문 임대시장이 발달하고 관련 제도도 잘 갖춰진 반면, 자가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시장은 개인 간 임대 거래 의존도가 높고 장기 임대매물이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자가와 임차 가운데 어느 한쪽이 절대적인 해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국가별 역사와 주택 공급 구조, 금융·임대차 제도에 따라 자가와 임차 비중은 크게 다르다. 자가점유율 자체를 높이는 것보다 직장과 교육, 생애주기에 따라 자가와 임차를 선택하고 어느 쪽이든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도 모든 주택 소유자의 직접 거주를 일률적으로 유도하기보다 투기 목적의 주택 보유와 불가피한 주거 이동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투기적 비거주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비거주를 정교하게 분리해 규제해야 한다"며 "예컨대 처음부터 끝까지 비거주한 주택은 시세 상승만 기대한 투기로 볼 수 있지만, 직장·해외 파견이나 부모 봉양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다른 곳에 거주하는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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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건설부동산부 윤지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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