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소폭' 개편에 전문가들 "하후, 상박 모두 어중간"

정인지 기자, 황예림 기자
2026.09.01 15:00

[2027년 기초연금 개편안]

기초연금 개편안/그래픽=이지혜

정부가 기초연금 수급자 기준을 '노인 하위 70%'로 유지한 데 대해 연금 전문가들은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소득층 노인에 넉넉하게 주지도, 고소득층을 냉정하게 제외하지도 못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1일 내년 4월부터 수급자 기준은 노인(65세 이상) 하위 70% 이하로 유지하되 하위 45% 이하에게 월 최대 3만원을 더 지급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위 45~70%는 물가상승률에 따른 인상 없이 올해 수급금액인 35만원이 유지된다. 당초 정부는 수급자 기준에 기준중위소득 기준(90% 이후 단계적 하향)을 도입해 순차적으로 대상자를 축소하려 했지만, 중단하고 국회에서 논의하길 건의했다.

기준중위소득 기준 적용을 주장해 온 홍우형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치 논리에 뒤집혀 허탈하다"며 "불필요한 지원을 없애 재정 부담을 줄이자고 개편 논의를 시작했는데 이루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앞서 "기초연금의 소득인정액 산정방식이 기준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비해 매우 관대해 생계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상당수 노인이 기초연금 수급자가 되고 있다"며 중기적으로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50% 이하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실제 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소득인정액이 0원인 노인은 117만7012명(전체 수급자 대비 17.4%), 월 200만원을 웃도는 수급자는 96만7299명(14%)로 양극화가 심하다. 고령화로 생활 수준 개선이 어려운 75세 이상 후기 노인 인구가 증가하는 동시에 부유한 베이비붐 세대는 신규 노인인구로 편입되면서 취약계층과 고소득층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홍 교수는 "자산·소득 수준이 높은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인구로 편입될 때 기초연금 수급 기준을 개편했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며 "정부도 하기 어려운데 국회라고 쓴소리를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현재 수급기준과 (정부가 변경하려 했던) 기준중위소득 90%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사람들이 수급자 탈락이 많을 것으로 오해하면서 이에 따른 정책비용을 치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초고령사회 속도에 비해 제도 변화가 느리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역사가 짧다보니 기초연금의 보충적 급여 역할이 크다"며 "극빈층에 3만원을 추가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기초연금 선정방식 개편' 시나리오별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연금 수급자 비율 사본/그래픽=김다나

기초연금을 받으면 소득으로 잡혀 생계급여가 차감되는 현행 제도를 고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대표는 "내년 기초연금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원래 월 35만9000원 될 예정이라 제도 개선으로 실질 증가액은 월 2만1000원"이라며 "기초연금을 받으면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특히 "대통령이 여러차례 하후상박을 언급해 빈곤층의 기대가 컸는데 오히려 노인들의 실망시켰다"며 "정부가 기초연금 개혁에 대한 비전을 갖고 사회적 공론을 거쳐야 하는데 모두 생략됐다"고 꼬집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통해 "하위 0~30%는 기준중위소득 20% 수준이고 30~45%도 기준중위소득 40% 수준으로 생계·의료급여 수급자가 상당수 포함된다"며 생계급여 차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하후의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기초연금법을 개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물가변동을 아예 반영하지 않는 예산안부터 제출한 것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며 "'하후'라는 허울 아래 졸속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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