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성평등부에서만 '현역 의원 불패'라는 공식이 두 번이나 깨졌다. 성평등부는 특정 후보자가 꼭 돼야 할 이유도, 안 될 이유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인력풀의 약점으로 꼽힌다. 특별한 학과와 연계돼 있지 않아 학술 인력이 많지 않고 후보자를 정치적으로 지지해 줄 시민세력도 약하기 때문이다.
13일 용 전 후보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인데,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것은 지난해 7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두번째다. 통상 현역 의원은 공천이나 선거 과정에서 검증 절차가 이뤄지고 당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무난하게 청문화를 통과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평등부에서는 이례적으로 통하지 않았다.
이처럼 이변이 계속되고 있는 배경으로는 성평등부의 광범위한 업무 범위와 국회 상임위원회가 단독으로 구성되지 못하고 겸임에 그치는 점 등이 꼽힌다. 강 의원과 용 전 후보자 모두 성평등위의 전신인 여성가족위원회를 역임했지만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매 회기마다 성평등위를 단독 상임위로 구성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타 상임위와의 배정 수 등의 문제로 실현된 바 없다. 한 정치권 인사는 "단독 상임위가 될 경우 인기가 더욱 떨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특별히 직결된 학계가 없어 폴리페서(정치에 참여하는 교수)도 찾기 어렵다. 노동시장의 성평등은 경제학과에서, 돌봄이나 소수자정책은 사회학과에서, 젠더기반폭력은 법조계에서 다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거 교수에서 성평등부 장관이 된 사례도 사회학과, 사학과, 식품영양학과, 경제학과 등 들쑥날쑥하다. 특히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였던 백희영 전 장관은 양성평등 관련 이력이 없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장관 후보자를 비호 해줄만한 시민단체도 마땅치 않다. 여성단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20대 남성의 역차별은 없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한 만큼 전통적인 여성활동가를 뽑을 수 없다. 동시에 여성문제에 중도적인 입장을 표하게 되면 여성단체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용 후보자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찬성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이 반발했다. 강 의원의 경우에도 후보자 지명 당시 첫 출근길에서 여성 문제 언급을 피하고 돌봄에 중점을 맞춰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들의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경우 음주운전과 여학생 뺨을 때린 사실에도 교사 출신이다보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의 환영을 받았던 것과 대비된다.
내부에서 승진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역대 장관 중 내부 출신은 한명도 없고, 차관도 현 정구창 차관을 포함해 행안부에서 발탈되는 경우가 많다. 실장급(1급)도 지난해 성평등부로 개편하면서 2실에서 3실로 늘었지만, 신설된 성평등정책실장에는 민간 출신의 외부 인사가 임명됐다. 산하기관도 적다보니 내부에서는 국장이 사실상 마지막 승진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일단 차기후보자를 지속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진사퇴가 두차례나 있었던 만큼 검증에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성평등 가족부의 가장 큰 임무는 '젠더갈등' 조정"이라며 "여성 뿐만이 아니라 '양성평등'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치계 인물로 후보자를 찾기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